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다.
남편을 술을 정말 사랑한다.
하루도 술이 없으면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술을 찾는다. 술이 없는 인생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집에 술병이 100병이 넘게 쌓여가고 있다.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내가 치우고 싶지는 않다. 오죽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러겠나 싶겠지만 남편은 일주일에 2번 볼링을 친다. 충분히 운동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냥 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얄밉고 이해해 주고 싶지가 않다.
술은 잘 마시면 삶은 좋은 자극제가 되어준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 한번 마시면 2~3병을 기본으로 마시는 사람에게 술이 좋은 자극제가 될까? 친구들과 집에 와서 소주를 10병을 넘게 마신적도 있다. 남편포함 3명이서 말이다. 내가 술상을 차려주거나 치워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술을 정말 사랑하는 남편과 살아가는 것이 지칠 때가 많다
그래서 싸운 적도 많다. 그런데 이건 이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술을 줄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남편은 절대 술 문제로는 양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난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첫째로 남편이 술을 마시는 날에는 정말 일찍 잔다. 이 꼴 저 꼴 보지 않기 위해, 나의 평안을 위해 일찍 잔다. 집에서 마시건 밖에서 마시건 일찍 잔다. 내가 깨있으면 말을 걸고 귀찮게 하는 남편이 내가 자고 있으면 나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마시고 조용히 잠을 잔다. 그 결과 싸우는 일이 반이상 줄었다.
두 번째는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진상이 되어준다. 나는 술이 약해서 잘 안 마시는데 소주 한 병을 거의 원샷으로 마시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미친 듯이 한다.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 한동안 술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 번째로는 차를 가지고 나 간 날에 먼저 술을 마신다. 나는 대리운전 비용을 극도로 아까워하기에 남편과 나가면 내가 술을 마시지 않고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얄미운 날에는 내가 먼저 술을 마신다. 그럼 남편은 싸우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술을 참는다. 그럼 나는 속으로 웃는다. 싸움을 나만 참는 게 아니구나 하는 통쾌함을 밀려오면서 술이 더 맛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또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 남편은 오늘도 또 소주를 한 잔 할 것이다.
그럼 난 오늘도 일찍 잘 것이다. 내일이 월요일이니 나는 잔소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