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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Aug 27. 2018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엄마의 놀이

6배의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된 놀이

내가 5살적 엄마는 항상 창밖을 바라보는 일을 즐겼다. 오후 2~3시만 되면 엄마는 항상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를 타지 않아도 쇼파에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동공이 어느 순간 무서워져, 엄마에게 항상 물어봤다.


"엄마 뭐해?"


엄마는 "창밖을 보고 있어."라고 대답하거나 혹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기어코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의 무릎을 작은 손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엄마, 뭐 하냐구."


나는 엄마가 이상해보였다. 여기에 있으나 여기에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나와 함께 있으나 어느 순간 나를 두고 다른 곳으로 간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보다는 '왜 놀지 않지?'라는 마음이 먼저 들던 어린이였다.


엄마는 왜 놀지 않고 오도카니 창밖만 바라 보는 것일까. 5살의 나는 궁금했다.


세월이 6배나 흘러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어른의 놀이는 '창밖을 바라보기'인 것이다. 하염없이, 그리고 또 오래도록.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좋은 일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나뭇잎에 맺힌 연두알 물방울들의 생김새만 보아도 좋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하다. 보였다 보이지 않는 빗줄기들을 눈으로 좇아가는 일도, 난간에 알알이 매달린 둥근 물덩이들이 바닥으로 향할 때까지 지켜보는 일도.


그것은 엄마의 놀이였다. 인형놀이나 소꿉장난처럼 말이 필요없는, 아주 흥미로운 재밋거리였다.


늦여름 비가 내리는 오후, 혼자 집에 앉아 즐기는 비구경은 어찌나 재미있는지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에서 엄마가 궁금했던 어린 내가 보였다. 나는 이제 내 궁금증에 대답해줄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만약 어린시절 나의 궁금증이 내 아이의 궁금증이 되거든 나는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엄마, 뭐해?"

"엄마는 지금, 놀고 있는 거야. 아주 재밌어. 창밖을 바라보면 엄마는 너처럼 어린 아이가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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