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없이 답을 찾아 헤매인 시간들
금요일 밤이면 객기가 고개를 들었다.
어릴 적부터 금요일 밤이 되면 마법이 풀린 듯 새로운 변화를 만끽하고 싶어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꽉 죄어진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변신하는 것이다.
나이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
낯선 이와 뒤섞이고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음익을 듣고. 하다못해 기가 센 사람들의 싸움이라도 지켜봐야 만족스럽다.
5일 동안의 괴로움과 진한 피곤함, 참을 수 없는 지루함들을 한꺼번에 씻어내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는 다음 일주일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다.
때로는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서 청담동의 낯선 명품거리를 정처없이 걷기도 했다. 1시간쯤 혼잣말을 하며 걷고 나면 어리둥절한 기분이 됐다. 나는 뭐하러 이렇게 돈을 벌고 있지, 나는 왜 홀로 이 곳을 서성이고 있나.
나는 금요일 밤마다 '왜?'라고 스스로 물었다. 하지만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고 나는 여기저기서 답을 찾았다.
금요일 밤을 시끄럽게 보내야 하는 것은 5일의 노력 뒤에 몰려오는 공허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노력과 고단함에 지쳐만 갔다.
금요일밤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답을 찾는 의식이자 나 자신만의 통과의례이기도 했다.
회사를 나온 뒤로는 그것이 조금 변형됐다.
한 책을 읽었다. '풍경소리'라는 소설이다. 왜라는 질문 대신 그렇군이라 대답하라 했다. 답을 알 수 없어 더 괴롭기만 하던 질문을 그저 내려놓게 됐다.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금요일 밤, 나는 더 이상 낯선 거리를 헤매거나 낯선 이들을 찾지 않는다.
대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맛있는 케이크를 굽고 가족의 얼굴을 살핀다.
수고한 나처럼 수고했을 이들에게 활력을 주고 싶었다. 변하지 않는 괴로운 일상에 지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