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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Jan 29. 2020

한평생 쭈구리에게 취미란?

해리포터 지팡이, 건담, 화투, 방탄소년단 그리기 세트, 손펌프, 할리갈리, 크리스마스실, 생일 축하 소품, 현수막 등...

언뜻 보면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이것들을 잇는 한 단어가 있다. 취미다.

이것들은 어느 쇼핑몰 '취미'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인기상품들이다. 물품의 다양함이 말해주듯, 사람들은 다양한 취미를 지니고 있다.


취미에서는 취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무색무취 줏대 없는 쭈구리로 살았던 나도 취미에서만은 확고하다.


어쩌다 보니 나는 항상 쭈구리 의식을 지니고 살아왔다. 어려서는 집안의 막내였고, 학창 시절엔 작은 몸집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쭈구리를 자처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을 3번 옮기면서 신입에서 중고신입으로, 또 중고신입으로 들어가면서 쭈구리 의식을 내면화해 사회에 적응하고자 했다.


그러나 집에선 달랐다. 나 홀로 할 수 있는 취미는 내가 주체적인 감각을 지니고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세계였다.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취향을 가꿔 나갔다. 친구들의 호불호나 상사들의 입김에 구애받지 않는 대자연, 세렝게티였다. 나의 야생성-본 투 비 나-을 보호할 수 있는 구역인 셈이었다.


'취미란,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에 대하여 미적인 감각을 계속 키워나가는 행위를 말한다'는 정의를 읽은 적이 있다. 취미를 지속하면 지속할수록 어떠한 분야에 대한 미의식이 자라나게 된다는 뜻이다.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잣대가 자연스레 생긴다.


취미생활을 통해 어떠한 기준들을 만드는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욱더 잘 알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취미생활의 가장 큰 뿌듯함이었다.


뿌듯하고 기뻐서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어졌다. 그리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이럴땐 이런취미' 매거진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회에서 슬프고 힘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작은 취미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받았던 위로와 기쁨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하고 싶다는 쉽지 않은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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