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기 전 세령이의 하루 일과 중 놀이터에는 두 번 방문하게 되어있었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떡하니 있는 놀이터는 19개월 아이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큰 유혹의 장소였기에 등원하는 길에 한 번 들러서 그네랑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져 주시고 하원길에 또 한 번 들러서 아침에 못다 탄 그네랑 미끄럼틀을 몸을 맡기신다.
그런 일정한 패턴 속에 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놀이터는 자연스레 건너뛰게 되었고 놀이터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했다.
놀이터와 맞바꾼 흥정물
바로 이 아기 상어 사탕이 우리 세령이가 놀이터의 유혹과 빅딜로 얻어낸 전리품이다. 정말 요즘 아기 상어 사탕을 하루에 몇 개나 먹는 건지... 비타민 사탕인데 설마 이가 썩지는 않을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게 아니면 세령이를 울리지 않고 어린이집 문 앞에 세우는 것도 또 우리 집 현관 앞에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빠 껌딱지답게 사탕도 아빠 상어 사탕을 제일 좋아하는데 왜 아빠 상어 사탕은 개수가 적은 거냐고!
그렇게 가을이 된 뒤에는 되도록 놀이터 출입은 삼가였는데 어제 하원길에 세령이가 자연스레 놀이터로 가는 것이 아닌가.. 평소라면 아빠 상어 사탕으로 유혹해서 집으로 왔으련만 어젠 낮에 좀 따뜻하기도 해서 잠깐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아빠의 생각이 결국 집나 갔던 코감기를 또 불러들인 결과가 되어버렸다...
집에 와서 살짝 비치기 시작한 콧물이 저녁밥 먹을 때 밥과 함께 먹는 수준이 돼버렸고 이때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슬슬 생떼의 징조를 비추더니 엄마랑 목욕하면서 폭발!! 평소라면 엄마랑 목욕하고 아빠한테 갈까라고 하면 바로 응! 하고 나오는 아이가 계속 대답 없이 물놀이만 하길래 결국 아빠가 강제로 데리고 나오자 세상 서럽게 눈물 콧물 흘려가면서 한참을 울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왜 또 괜히 생떼 부리냐는 생각으로 좀 단호하게 대했는데(아직 아이의 떼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하지 못한 결과...) 그렇게 좀 진정이 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또 울고불고 난리.. 결국 배가 고파 그런가 싶어 고구마랑 우유 하나 먹이고..(응가도 한 번 해줬다).. 반강제에 가깝게 잠이 들었는데 한 시간 정도나 잤을까?
갑자기 큰 울음소리로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거다
이건 좀 평소랑 다른데? 자다 깨서 이렇게 우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왜 그러지 싶었는데 거칠게 들리는 아이 숨소리와 계속 흐르는 콧물을 보고 그제사 많이 불편하구나 라고 생각한 거지 뭔가... 이렇게 둔탱이 일수가 있나..
아이가 콧물감기가 걸렸는데 왜 그 불편함을 헤이지 못하고
이제야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고 아는 거냐고..
서럽게 우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잠시 다독이자 금방 스르륵 아빠 팔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