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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공주아빠 Oct 22. 2020

아빠 육아휴직 두 번째 이야기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은 아무 계획도 안 한 것 말고는 없다


이런저런 사연을 뒤로하고 가게 된 어린이집!

다행히 지금까지 매우 잘 다녀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내 나름대로의 4개월 동안의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먼저 1년 6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했던 와이프의 말로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세령이가 태어나고 흘러간 2년 정도의 시간은 일반적인 시간에 터보차저를 단 듯한 속도로 아주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신청한 4개월의 시간은 깜빡하는 순간 지나쳐 버릴 것이 눈에 선했기에 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시작했다... 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까 별생각 없이 시작했어..ㅠㅠ


나란 남자..


나란 남자... 우선 나란 남자에 대해 좀 자화자찬을 해보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혹여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더라도 웃기는 소리 하시네 라고 욕하지 말길 바라오!

난 아이랑 꽤 잘 놀아주는 아빠고 집안일의 비중을 따지자면 7:3? 8:2 정도로 내가 많이 하는 편이다.

(여보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줘!!) 주방은 거의 내 차지며 청소나 빨래 등등 대부분의 집안일은 힘센 남자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실천하려고 하는 편이고.. 나름 가정과 육아에 충실한 아빠라 생각했기에 

육아휴직이 나에겐 별 부담 없이 즐길 4개월의 짧은 여흥일 거라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회사생활도 하다 보면 좀 지칠 때가 있지 않나. 약간 그런 타이밍이었고 때마침 육아휴직의 타이밍이 맞물려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스몰 한 기대감?



그리고 결혼 전 70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체중은 결혼 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세령이가 태어난 이후 90대 후반에 근접하면서 어느덧 세 자릿수 몸무게를 바라보는 비대한 몸이 되려고 

했던 찰나라 내 이 기간 동안 반드시 앞자리를 7로 바꾸어 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있었다.


결혼식 스튜디오 촬영본


와.. 이게 얼마 만에 꺼내보는 결혼식 사진이야...ㅋㅋ

이때 체중이 73 정도?? 참고로 난 182 정도니까 꽤 날씬한 편이었는데 저땐 예복 집 사장님의 유혹에 넘어가 

다이어트를 좀 혹독하게 해서 예복 안에 몸을 맞춰 넣었던 무리수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결혼식 예복 2벌은 그 이후로 얼마 못 입고 그냥 옷걸이에 무한 대기 중...

암튼!! 난 꼭 전성기 때 육신으로 환골탈태를 하리라는 계획!

그리고 평소에 읽지도 않는 책을 읽겠다는 쓸데없는 계획... 블테기로 한동안 떠나 있었던 블로그 세계로의 복귀(이건 다행히 잘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부동산 경매 등등


육아휴직 때 계획한 일들


1. 다이어트

2. 독서

3. 블로그

4. 유튜브나 포토샵 배우기

5. 부동산 경매


이게 내 육아휴직 때 이루어낼 계획들이다.

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난 육아휴직 후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어 회사로 화려하게 복귀(?) 하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육아휴직!!



이야.. JP모건 너 자리 깔 생각 없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는데 니들이 그런 예상만 안 했어도 안 그랬을지 몰라...

9월 1일이 육아휴직 시작인데 8월 중순부터 코로나 감염 숫자가 점점 우상향을 그리더니 급기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가네 마네... 결국 2.5단계로 지정되면서 음식점이며 학교, 공공기관 등등 많이 시설들이 

빗장 채우기에 들어갔다. 어째 느낌이 싸한데??


2020년 8월 29일 어린이집 공문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아니야!! 아니라고!! 이럴 리가 없잖아... 왜 하필 지금이냐고..ㅠㅠ

하... 싸했던 그 느낌은 여지없이 현실로 다가왔고 급기야 8월 29일 어린이집에서 공문이 도착했다.

강화된 방역조치로 아무도 돌 볼 사람이 없는 아이만 긴급 돌봄 형식으로 운영한다고.. 선생님들도 절반씩만 

출근한다고 되도록이면 아이들을 가정 보육해 달라는 공문이었다.


이쯤에서 말해야 될 것 같은데 난 세령이랑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가만히 보고 있어도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딸내미랑 같이 있으면 당연히 좋지 왜 싫겠는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온전히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요즘 너무 격하게 느끼고 있다.

나처럼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대한민국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지.

하지만!! 이게 또 강제성을 띈 것과 자발적인 건 분명히 다르다는 거 모두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육아와 맞닥뜨리지 않은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오..

육아에 반드시 필요한 게 뭐냐면 그건 바로...


me-time


미타임 없는 육아를 경험해 본 엄빠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죠??

18개월.. 지금은 19개월 차.. 이때 아이들의 에너지는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태양열과 같더이다.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을 케어하기 위해선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수이며 

그러기 위해선 부모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타임의 시간을 꼭 갖고 임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을 가지 않게 되면 나의 미타임은??? 큰일이다. 그럼 세령이 밥을 하루에 3번 먹여야 한다는 말이고..

갑자기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게 된 어린이집 공문이 난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아빠 육아휴직 연재 스토리>


아빠 육아휴직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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