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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공주아빠 Oct 30. 2020

난 아직도 바보 같은 아빠다

못난 아빠는 오늘도 웁니다

신체발달과 감기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19개월 차 곧 20개월의 문턱 앞에 와있는 세령이는

또래에 비해 상당히 발육이 좋은 편이다.

키도 상위 1%고 몸무게도 3%에 엄마 아빠에게 물려받은

곱슬머리 DNA덕분에 언뜻 보면 좀 오버해서 중학생 같다.

즉 지금 우리 세령이는 상당히 건강하단 뜻이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덕분에 점점 묵직해지는 그립감에

아빠가 안고 있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중이지만..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는 딸을 볼 때마다 내가 잘 키우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가끔씩 해본다.


19개월의 느낌이 이 정도다


하지만 몸이 크다는 것과 감기는 또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요즘 들어 콧물이 마를 날이 거의 없어서 항상 속이 상했는데

며칠 전에도 콧물감기로 한동암 불편을 겪다가 콧물이 사라진 게 며칠이나 되었으려나...

확실히 콧물이 안 비치는 아이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 보이고

부모가 보기에도 평소 100으로 보인 예쁨에 +@만큼 더 예뻐 보이더라 말이지...

그게 또 아빠의 방심을 불러왔나 보다.



가을이 되기 전 세령이의 하루 일과 중 놀이터에는 두 번 방문하게 되어있었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떡하니 있는 놀이터는 19개월 아이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큰 유혹의 장소였기에 등원하는 길에 한 번 들러서 그네랑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져 주시고 하원길에 또 한 번 들러서 아침에 못다 탄 그네랑 미끄럼틀을 몸을 맡기신다.

그런 일정한 패턴 속에 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놀이터는 자연스레 건너뛰게 되었고 놀이터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했다.


놀이터와 맞바꾼 흥정물


바로 이 아기 상어 사탕이 우리 세령이가 놀이터의 유혹과 빅딜로 얻어낸 전리품이다. 정말 요즘 아기 상어 사탕을 하루에 몇 개나 먹는 건지... 비타민 사탕인데 설마 이가 썩지는 않을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게 아니면 세령이를 울리지 않고 어린이집 문 앞에 세우는 것도 또 우리 집 현관 앞에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빠 껌딱지답게 사탕도 아빠 상어 사탕을 제일 좋아하는데 왜 아빠 상어 사탕은 개수가 적은 거냐고!




그렇게 가을이 된 뒤에는 되도록 놀이터 출입은 삼가였는데 어제 하원길에 세령이가 자연스레 놀이터로 가는 것이 아닌가.. 평소라면 아빠 상어 사탕으로 유혹해서 집으로 왔으련만 어젠 낮에 좀 따뜻하기도 해서 잠깐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아빠의 생각이 결국 집나 갔던 코감기를 또 불러들인 결과가 되어버렸다...

집에 와서 살짝 비치기 시작한 콧물이 저녁밥 먹을 때 밥과 함께 먹는 수준이 돼버렸고 이때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슬슬 생떼의 징조를 비추더니 엄마랑 목욕하면서 폭발!! 평소라면 엄마랑 목욕하고 아빠한테 갈까라고 하면 바로 응! 하고 나오는 아이가 계속 대답 없이 물놀이만 하길래 결국 아빠가 강제로 데리고 나오자 세상 서럽게 눈물 콧물 흘려가면서 한참을 울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왜 또 괜히 생떼 부리냐는 생각으로 좀 단호하게 대했는데(아직 아이의 떼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하지 못한 결과...) 그렇게 좀 진정이 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또 울고불고 난리.. 결국 배가 고파 그런가 싶어 고구마랑 우유 하나 먹이고..(응가도 한 번 해줬다).. 반강제에 가깝게 잠이 들었는데 한 시간 정도나 잤을까?




갑자기 큰 울음소리로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거다

이건 좀 평소랑 다른데? 자다 깨서 이렇게 우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왜 그러지 싶었는데 거칠게 들리는 아이 숨소리와 계속 흐르는 콧물을 보고 그제사 많이 불편하구나 라고 생각한 거지 뭔가... 이렇게 둔탱이 일수가 있나..

아이가 콧물감기가 걸렸는데 왜 그 불편함을 헤이지 못하고

이제야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고 아는 거냐고..

서럽게 우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잠시 다독이자 금방 스르륵 아빠 팔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괜히 아이에게 미안함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냥 내가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면 되었을걸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지..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난 또 깨달았다

난 여전히 빵점짜리 아빠라고..

미안해 우리 딸!! 아빠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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