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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

 -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 성인 독서율 10년째 하락...국가의 독서비전 부재

- 독서인구 늘리는 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



영화로 제작되어 깊은 감동은 선사한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책과 독서가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독일군이 점령하던 건지섬이다. 전쟁의 공포를 이겨 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책이었고, 함께 책을 읽으며 웃을 수 있었던 북클럽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책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이며, 사람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삶을 나누는 북클럽은 전쟁 속에서도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매년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면서 행사를 한다.


약칭으로는 ‘세계 책의 날’은 독서를 증진하고 책의 출판을 장려하며 저작권 제도를 통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촉진하기 위해 1995년 UN 총회에서 제정되었다.


날짜가 4월 23일이 이유는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4월 23일은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우리나라 독서문화의 현재를 본다. 책이 중요하고 독서가 중요하다는 영혼 없는 말잔치와 행사로 끝나버리는 그 뒤엔 대한민국의 책문화생태계는 너무 취약하고 폐허 같다. 책, 독서는 지속가능한 ‘문화’로 이어져야 의미와 가치가 있다.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독서문화진흥법’이 있지만 독서를 진흥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저술-출판-서점- 도서관-독서로 어우러지는 책문화생태계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책을 읽기엔 너무 삶이 힘겨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독서율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최근 1년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은 지난 10년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마다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2023, 12)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2년 9월1일~2023년 8월31일) 종합독서율(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종이책, 전자책(웹소설 포함), 오디오북 중 1개 이상 매체 도서를 읽거나 들은 비율)은 성인 43.0%로 지난 2021년 조사 결과보다 4.5%p 하락했다.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2021년과 비교했을 때 4.4%p 상승했다.


성인은 지난 조사에 이어 독서율이 하락했고, 지난 10년간 계속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성인은 연령이 높을수록 독서율이 낮게 나타났고, 성인의 각 연령대별 종합독서율은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2021년 대비 하락했으며,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종합독서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독서율이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보였고, 초등학생의 독서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체부는 2021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학생 독서율이 증가로 바뀐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개한 독서지도 활동의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독서선호도 조사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국민은 성인 18.3%, 학생 39.6%로 나타났으며,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국민은 성인 71.9%, 학생 52.0%로 나타났다.


또한 독서의 유용성 측면에서는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성인 67.3%, 학생 77.4%로 나타났는데,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인은 ‘풍부한 정서와 감성 발달’(25.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정보수용과 해석 능력’(21.9%), ‘전문지식의 습득’(10.4%), ‘논리적, 비판적 사고 향상’(9.2%)의 순이었다.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 학생은 ‘정보수용과 해석 능력’(37.6%)이 가장 많았고, ‘전문지식의 습득’(15.6%), ‘창의력과 표현력 향상’(12.6%)의 순이다.


독서를 하는 목적에 대하여 성인은 ‘마음의 성장(위로)을 위해서’(24.6%),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2.5%), ‘자기계발을 위해서’(21.4%)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은 ‘학업에 필요해서’(29.4%)가 가장 많았고,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2.5%), ‘자기계발을 위해서’(13.9%) 순으로 응답을 보였다.  


성인의 독서장애 요인은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는데, 비독서자의 경우 ‘시력이 나빠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고령층)’,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책 읽기가 재미 없어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는 응답을 보였다.  

학생의 경우 독서자는 ‘공부(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주된 독서장애요인으로 나타난 반면, 비독서자는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 ‘책 읽기가 재미 없어서’가 높게 나타났다.


도서 구입량 및 도서 구입비에 대한 조사에서, 국민이 1년동안 구입한 도서는 성인기준으로  종이책 1.0권, 전자책 1.2권, 오디오북 0.2권 수준이다. 1년동안 소비한 도서구입비는 종이책 1만 8천원, 전자책 6천원, 오디오북 1천원이다.


독서환경에서 도서관은 공공 인프라로서 독서활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최근 1년간 도서관 이용 경험률은 성인 14.3%, 학생은 85.4%로 나타났으며, 독서자의 경우 성인 33.3%, 학생 89.1%가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도서관 이용으로 독서와 친밀해 질 수 있는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독서활동 참여율은 성인 4.7%, 학생 52.3% 수준으로 성인은 독서활동 참여에 매우 낮게 나타나 성인의 독서활동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독서율이 10년째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에서 책과 독서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대통령부터 책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광역단체장들도 지역의 도서관, 서점 등 책문화 환경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이 보다 풍성해 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필자는 모든 국민들에게 책문화기본권을 보장하는 ‘책문화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독서는 나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농장 일이 바빠 한가하게 책이나 읽고 독서토론을 나눌 시간이 없다는 클로비스 포시가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문학회에 참여하여 시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언어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여인의 마음까지 얻었다.


우리는 왜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왜 책을 읽을까? 사람마다 독서를 하는 이유들이 다양하겠지만, 독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읽은 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글/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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