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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멍멍 May 25. 2020

우리가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들

(2) 공공 디자인 - 전봇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은 미니멀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USB- C 포트로 통일된 디자인의 맥북 프로, 몇 년이 지나도 촌스럽게 보이지 않는 아이폰과 아이팟 등 애플만큼 섬세하고 엄격한 디자인 철학을 보유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품 디자인뿐이 아니다. 애플, 나이키, 블루보틀의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로고 디자인, 지저분한 광고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구글의 첫 검색 화면 등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들의 UX/UI 디자인을 보면 세련됨과 동시에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추구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이러한 뛰어난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지만 이상하리만큼 사회 간접자본, 즉 공공 인프라의 디자인과 완성도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힘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편에는 미국의 취약한 공공 화장실에 대해 다뤘지만 이 포스트에서는 전봇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국으로 짧게 여행을 와서 도심 속 유명한 관광지만 찾아다니면 잘 느낄 수 없겠지만 주거지역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전선이 얽혀 흉물스럽게 보이는 전봇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목재 전신주가 아직도 대부분이고 서로 줄을 맞춰서 서 있는 것도 아니며 대부분 삐뚤삐뚤 기울어져 있다.


미국 뉴욕의 평범한 주택가 모습. 이곳은 특별히 낙후된 지역이 아니다.


미국의 주택가. 철제보다 내구성이 약한 목재로 된 전신주에 거미줄처럼 달려있는 전선들.


하늘에는 여기저기 얽힌 전선이 보이고 땅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갈라져 있다.



다른 서구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전봇대가 주는 미관상 문제점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와 별로 그렇지 않은 나라로 구분되는데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런 도시미관에 굉장히 엄격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특히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 서유럽과 북유럽의 비 영어권 나라들에서는 거의 전봇대를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영어를 쓰는 국가들에서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이러한 흉물스러운 전봇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주택가 모습


전봇대 없는 네덜란드의 주거지


평범한 네덜란드의 주택가


덴마크 시골 주택가 모습.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곳이지만 흉물스러운 전봇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도 2000년대 들어서야 지중화 작업으로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편이다.


한국도 하는데 미국이 전봇대를 없애고 지중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효과 대비 비용, 지진 등 재난에 취약, 전기회사들이 사기업인 이유 등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다. 앞으로도 계속 포스트 할 예정이지만 미국 공공 디자인의 완성도 문제가 전봇대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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