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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Oct 23. 2023

호수의 외로운 나무

세월의 한고비를 넘어, 평강은 계속된 바람이다.

답답하고 막힌 공간에서 머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삶의 무게가 짓누르듯이 압박감이 늘 밀려온다.

빡빡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시야가 탁 트인 공간 자연이다.

늘 나는 이곳들을 자주 둘러본다.

바닷가라면 더 좋았겠지만, 한강 변이나, 호숫가는 그 물결만 바라봐도,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일도 없고,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시간이 저 혼자 흘러가는 것 같다.

이른 더운 날씨에 벌써부터 걱정되는 여름철에 들어서고, 올 한 해를 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늘막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평온 고요하다.

호숫가 주변에 그늘막을 걸고, 조용히 바라보면, 

파릇파릇 잔디가 무성하게 주단을 깔아 놓은 듯하고,

호숫가에 삐죽 솟아 어울려 자란 수선화가 바람에 어깨동무를 하는 듯하다.

새털같이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지나가는 저 무리는 거울 같은 호반의 그림을 똑같이 그려 준다.

호수 가운데 한 군락 핀 수선화 한 묶음은 시선을 끌기에 딱 좋다.

우거진 나무 그늘 사이로 들새들은 저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앞에 선 우뚝 솟은 아름드리나무는 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풍광이 두 눈에 차곡차곡 쌓여진다.

실명의 안타까움에 있는 자를 대신하여...

더 볼 수 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를 대신하여...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커피와 여행,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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