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 k log W
인간은 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고 여러 생활에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증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쓰는 그 에너지는 과연 무엇인가?
2.2.1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이러한 의문에 답을 주는 물리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entropy)’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가 정의한 엔트로피는 열역학 계의 무질서도를 뜻하며, 고립된 계에서 항상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여기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물체가 가진 열의 질서 상태가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감을 말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으면 자연스럽게 미지근한 온도로 변한다. 그 이유는 뜨거운 물의 열이 찬 물로 옮겨가며 열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때 뜨거운 물과 찬 물이 분리된 상태를 질서를 가진 상태라 하고, 물이 섞여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무질서한 상태라 했을 때, 열의 무질서함을 뜻하는 엔트로피는 자연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이 엔트로피 증가 법칙은 반대로 무질서한 것이 질서 있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지근한 물을 아무리 내버려 두어 봤자 자연적으로 그 물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다시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2.2.2 엔트로피 증가의 원인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은 물질의 질서 있는 상태를 특정한 경우의 수라 가정했을 때, 무질서한 상태는 그에 비해 훨씬 더 많거나,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지므로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한다고 설명하였다. 비유하자면 잘 정렬된 52장의 트럼프 카드를 무작위로 섞었을 때, 카드가 우연히 처음의 정렬 상태로 돌아갈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우므로 뒤섞인 카드의 상태가 항상 무질서한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볼츠만의 확률적 접근 이론은 시간의 흐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볼츠만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건의 경우 중 과거와 같은 사건이 다시 실현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를 제외한 사건이 실현되는 것은 너무나 쉽기에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시간의 일방향성에 대한 해석은 볼츠만의 생전엔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그의 사후 다른 과학자들을 통해 검증되며 현재는 확고한 물리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2.2.3 엔트로피의 가치
결론적으로 에너지의 저장은 낮은 엔트로피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 것이며, 에너지의 사용은 그 낮은 엔트로피를 원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상승시키는 행위이다. 그렇게 사용이 끝난 에너지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을 뿐 여전히 자연에 남아 존재하게 된다.
이 엔트로피 통제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발전소이다. 내버려 두면 시설을 녹여버릴 만큼 강하고 빠른 핵분열 반응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원자력 발전소, 안정된 상태의 화석연료를 의도적으로 연소상태에 이르게 만드는 화력발전소, 이뿐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발전소는 모두 우리의 필요에 따라 엔트로피의 상승을 조작하고 통제함으로써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엔트로피에 대한 통제력을 경제가치가 있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정제를 마쳐 발화 직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석유와 적정한 열을 내뿜는 원자력 연료는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반면 이미 에너지 전환이 끝나버린 화석연료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붕괴하는 핵연료는 아무리 낮은 엔트로피를 가졌더라도 경제 가치를 갖지 않을뿐더러 외려 큰 비용으로 여겨진다.
2.2.4 정리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은 단지 오래 사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시간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기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함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에 인간이 시간을 많이 갖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세계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을 존재하지 않게 만들거나,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존재하게 만들 수는 없다. 인간도 그저 물질의 한 종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저 인간이 할 수 있는 바는 물질이나 에너지의 형태를 원하는 대로 바꾸고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인류는 시간이 흐를수록 발달한 기술을 가지고 더 많은 질량과 에너지를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