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전라남도 영광입니다. 굴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원전이 들어왔습니다. 밭과 논이 있던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큰 도로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새로운 상점가들이 생겨났습니다. 학교 주변에 주산학원, 태권도 학원 정도만 있었는데 피아노 학원이 3군데나 생기고, 웅변학원이 생기고, 새로운 문방구가 또 문을 열었습니다. 전학생이 엄청 늘었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 도시에서 온 전학생들입니다. 1980년대 초반, 도시로! 도시로! 이사를 가고 좋은 학교에 다니기 위해 도시로 전학을 가던 시대입니다만 우리 동네에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풀장이 생기고 수도꼭지에서 온수가 나오고, 점심시간에 따뜻한 국물이 있는 급식을 먹고, 심지어 엔지니어로 온 미국인이 진행하는 영어회화 수업시간도 있었습니다. 원어민에게 영어 샤워를 했던 셈이죠.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에 도서관이 생긴 것은 그 어떤 변화보다 제 인생에 결정적인 한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철이 들어서야 이런 모든 것들이 원전의 위험수당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빠져 지금도 허우적거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괴도 루팡”,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아라비안 나이트”, “80일간의 세계일주”, “노인과 바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죄와 벌”,“ 춘희” 등 세계명작을 비롯하여 “봉이 김선달”,“방랑시인 김삿갓” “토정 이지함”,“허생전” 등 공부시간에도, 밥을 먹으면서도, 어서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이 안달증은 한 번의 싫증도 없이 쭈욱 52살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읽는 것만이 아니라 이제는 책을 만들고 책방을 차려 책을 파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출판사와 책방을 운영하면서 일본어권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문학을 알릴 수 있을까 (라고 쓰지만 어떻게 팔 것인가가 본심) 고민하고 머리를 쓰고 실지로 해보았던 경험들을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판사를 차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한국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먹거리, 패션, 영화 등이 소개되었고 드라마도 인기를 얻습니다. 2003년 NHK TV에서 방영된 배용준이 나오는 “겨울연가”는 2021년 지금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즐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은 IT강국으로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던 때입니다. 저는 당시 일본 광고회사를 다니다 독립하여 한국의 재미있는 설루션들을 활용하여 웹상으로 서비스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광고업계에서도 IT업계에서도 한국 아이템은, 한국인 김승복이 하는 제안은 바로바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한국의 많은 네티즌들은 블로그 등에서 캐릭터 폰트를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기분에 맞추어 블로그를 쓰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미키마우스나 헬로 키티 폰트가 그것들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 들여오고 일본의 폰트 디자이너를 모아 캐릭터 폰트를 만들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물론 캐릭터 회사와 캐릭터 사용에 관한 계약도 해야 했고요. 그리고 핸드폰을 만드는 제조사며 야후 등 블로그 서비스를 하는 포털 사이트도 설득해 함께 해야 하는 빅 비즈니스였습니다. 이때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폰트 디자이너를 모아 일본폰트협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폰트 서비스의 핵심은 폰트 디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졸업한 일본 대학 예술학부 당시 미술학과 학장님을 찾아서 한국의 이 재미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드리고 폰트협회 회장님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일본 사회는 참으로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이 비즈니스는 상용화되었고, 폰트협회는 폰트 콘테스트를 매년 열기도 하여 신인 폰트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등의 기특한 일들도 해냈습니다.
(이 폰트협회를 운영하면서 얻은-벤더와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 하면 하나로 이어서 모두가 행복한 지점을 만들 수 있을까, 는 나중에 출판사업을 하면서 두루 적용을 해 보게 됩니다.)
한국의 다양한 웹 설루션이며 문화를 제 비즈니스로 바꿔가며 승승장구하던 제게 2007년 아메리카의 금융위기 리먼 쇼크는 제 인생에도 쇼크를 안겼습니다. 광고업계 전반이 얼어붙는 상황이었고 우리 회사도 타격을 받습니다. 결정된 프로젝트가 줄줄이 최소가 되고.... 그래서 저는 업종을 바꾸어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번역 출판하는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문학을 전공하여 양국의 현대문학을 소개하는 일은 제게 그렇게 어려운 일을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2007년 출판사를 차려 바로 책을 내지 않고 약 3년 정도 한국과 일본의 출판사를 상대로 에이전시 업무를 하며 출판계의 흐름을 읽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새로운 한국문학시리즈’를 냅니다. 김중혁, 김영하, 김애란, 김연수, 편혜영, 은희경, 김훈, 박성원, 최은영, 정세랑, 황석영, 시인 김혜순, 그리고 올 11월에 신경숙의 단편집까지 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 명작선으로 최인훈의 “광장” 오규원 시선집, 정지용 시선집을 냈고, 한강의 시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집 시리즈를 지금 준비 중입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 도 2016년도부터 내고 있는데 제15권이 12월 중순에 발행되었습니다. 토지는 7년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2024년에나 완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한국문학을 낸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2011년 당시 일본의 서점에는 한국문학코너가 따로 없을 정도도 번역 종수가 적었는데 지금은 조그만 책방에도 한국 서적 코너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종수가 번역이 되었고 또 그만큼 팔리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50선” 가이드북 제작 (K-BOOK진흥회 설립)
“채식주의자”를 만들어 서점 영업을 다니며 번역된 한국 문학이 참으로 적은 것을 직접 목격한 뒤 번역자 몇 명과 함께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50선” 가이드북을 만들어 출판사에 배포하였습니다. 문학을 비롯하여 인문, 역사, 실용서, 그림책, 만화까지도 일본에서 어필할 만한 책들을 골라 안내하는 번역출판 권장서인 셈입니다. 가이드 북을 낸 뒤에는 꼭 편집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매번 100사 정도가 모이는 관심도가 높은 설명회였습니다. 설명회를 연 이유는 편집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개개인의 관심사를 알아야 그들이 원하는 장르의 책을 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개한 책들이 그간 200여 타이틀 정도가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가는 한국문학기행
“토지”를 발간하고 나서 독자들 30여 명과 함께 박경리 선생의 고향 통영에 가서 묘소 참배도 하고 소설의 초반 무대인 평사리에도 갔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내고 나서는 광주에 가서 광주 민주화 항쟁의 흔적들을 돌고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선생님에게 광주정신에 대한 강연도 들었습니다.
제주 4.3 항쟁 70주년 기념 해였던 2018년에는 김석범 선생의 화산도를 읽고 석범 선생님이랑 함께 제주도에도 갔습니다. 같은 멤버들이 70주년 기념식에도 참가를 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지요.
그리고 2019년에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을 읽고 대구에도 갔습니다.
2020년에는 김훈의 “흑산”을 읽고 흑산도에 가려고 답사도 다 마쳤는데 코로나로 아직 못 가고 있습니다.
이 문학기행에는 5-6명의 기자들도 함께 가는데 다들 다녀와서 크게 기사를 쓰기 때문에 책 소개도 되고 지역관광으로도 이어져 일석이조가 됩니다.
● 번역 콩쿠르
한국 책이 많이 번역되려면 번역가가 필수입니다.
번역가 발굴과 번역가 육성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번역 콩쿠르를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첫 회는 최은영 “쇼코의 미소” 중에서 단편 2개를 번역해서 내게 했는데 총 212명이 응모하였습니다. 단편 2개를 번역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2개를 번역해서 낸 사람이 212명이라면 도중에 좌절한 사람은 몇 배나 될 터입니다.
수상식 때 최은영 씨가 해준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쇼코의 미소 한국어판은 최은영이 쓴 한 개만 존재하지만 일본어판은 212개의 쇼코의 미소가 있습니다”
이후로 백수린의 “조용한 사건” 정용준 “ 선릉 산책” (제2회) , 박범신 “토끼와 잠수함” 윤이형 “대니” (제3회) , 최윤 “하나코는 없다” 윤성희 “어떤 밤” (제4회) , 윤후명 “하얀 배” 황 모과 “모멘트 아케이드 ”(제5회)로 진행을 했습니다.
매년 평균 130여 명이 꾸준하게 응모를 하고 있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이의 번역으로 책을 내기 때문에 번역가가 되려는 이들에게는 큰 모티베이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 방식을 보고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영어권을 비롯하여 다른 언어권에서도 함께 실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6회가 되는 내년에는 소설만이 아니라 장르를 확대해 보려고 합니다.
●편집자와 함께 한국 출판사 투어
한국 서적에 관심이 많은 편집자, 번역자를 모아 한국의 출판사를 방문하여 직접 편집자들끼리 교류하는 시간입니다. 창비, 문지, 민음사 등 문학에 강한 출판사를 방문하여 담당 편집자가 자신이 만든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다양한 한국의 편집자들과 함께 맛난 음식과 술을 가운데 두고 친분을 쌓아갑니다. 출판사 방문에 이어 서점 투어도 하다 보면 일본의 편집자는 점점 한국 서적에 대한 욕구가 강해집니다.
이 투어를 통해 한국문학 시리즈를 내고 있는 편집자가 4명이나 됩니다. 쇼분사, 아키쇼보, 쇼시칸칸보, 신센샤. 시리즈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갔던 편집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서적에 관심을 갖고 번역출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문학 붐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입니다.
한국 책의 번역 확산에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편집자들이 직접 한국에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투어는 코로나로 오갈 수 없어 현재 온라인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에게 한국 출판 현황을 시작으로 매달 문학 편집자, 인문 편집자, 그림책 편집자, 문예잡지 편집자에게 직접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 K-BOOK 페스티벌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페스티벌을 매년 가을에 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작가를 불러오고 독립서점들을 초대하여 일본의 출판사들도 함께 하여 일본 내 한국 책 축제를 여는 것이지요, 2019년 첫해에는 출판사 14사가 함께 직접 회장에서 책을 팔며 진행을 하다가 2020년,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실시하였습니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4명이 한강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한강 작가가 직접 출연하여 일본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끝나기 15분 전에 히라노 게이치로 씨가 깜짝 출연하여 코로나 시절의 소설가로서 어떤 자세로 문학을 하는가 하는 미니 대담도 이루어졌습니다.
올해는 김연수 작가를 특집으로 4월부터 매달 김연수 독서회를 열고 축제 마지막에 김연수와 호시노 토모유키 작가가 “소설가의 일”이라는 테마로 대담을 하였습니다. 올해의 깜짝 출연은 김애란 작가였습니다.
이 K-BOOK 페스티벌은 이벤트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한국 책을 낸 출판사들이 직접 출점하여 자신들의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스타일입니다. 올해는 44개의 출판사가 함께 하였습니다. 판매는 전국의 책방 51곳에 팝업으로 한국문학 책방을 유치하여 진행을 했습니다.
매년 규모가 배로 늘어나는 모두가 기다리고 즐기는 축제가 되었습니다.
이 페스티벌이 다른 언어권에서도 벌어지고 나중에는 한국에서 올림픽처럼 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번역 페스티벌
한국문학만이 아니라 영어, 중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의 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번역자, 편집자들과 함께 하는 페스티벌을 저희가 개최합니다. 한국문화원의 시설도 좋고 넓은 홀에서 진행을 하지요. 해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찾아옵니다. 이 독자들은 일테면 문학의 헤비 유저들입니다.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이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개최하는 번역 콩쿠르의 수상도 이때 해서 수상자들의 자부심을 한껏 높이기도 합니다. (세계문학 속에 한국문학이 있다, 는 소리내서 않으면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페스티벌입니다)
●책방 “책거리”운영
2015년에 한국 원서를 파는 전문 책방을 세계적인 책방거리 도쿄 진보초에 열었습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약 4000권 정도를 진열 판매하고 온라인으로도 판매를 하고 있어서 사실 한국의 책방과 거의 비슷합니다.
책도 팔고 한국과 한국문화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연 100회 정도 열고 있습니다. 작가, 번역가 초청 토크를 비롯하여 보자기 워크숍, 한국의 먹을거리, 한국의 명소 소개, 최근에는 한국의 독립 책방을 온라인으로 매주 한 곳씩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제한이 많기도 하지만 코로나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습니다. 한국과 연결하는 일이 큰 비용 없이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책거리는 책을 통해서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입니다. 어쩌면 책거리 자체가 한 권의 책이기도 합니다. 책 속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린 김승복이 아예 책방을 차린 것이라고 할까요.
●한국문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문화, 문학을 특집으로 다루는 일본의 미디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에서 한국 서적의 서평이 실리는 빈도도 늘었으며, 패션지, 여성지, 시사 주간지, 전문지를 비롯하여 인터넷 매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의 콘테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여행이 제한된 경향도 있어서인지 이문화의 소개는 인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저나 저희 책방에 취재를 오는 미디어 수도 한 달에 10건이 넘습니다.
한국문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미디어가 해오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제 스스로에게도 늘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마징가 제트, 캔디 캔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제 세대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도 일본 만화책, 일본의 패션지 등을 펼쳐보고 J-POP을 흥얼거렸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소설에 빠져들었습니다. 개인적이어서 하염없이 사소한 이야기들에 민족이며 이데올로기, 민주화 운동 이야기보다 더 끌렸습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저와 같은 세대인데 이상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아,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는 힘에 연수 작가도 홀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만이 아니라 김영하, 박민규, 김중혁, 하성란, 조경란 등의 같은 세대 작가들이 같은 문화적 세례를 받았다고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일본문학에는 있다! 90년대에 일본문학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쓴 작품들이 2021년 지금 일본어권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개인의 서사에 사회적 이슈, 역사적 사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잘 엮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문학에서 많이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일본어권 독자들도 자신들에게 없는 부분을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편 한국의 에세이들이 일본 10대, 20대에게 인기입니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등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에세이가 어느 책방에서나 잘 팔리는 코너에 등만 보이고 꽂혀있는 게 아니라 전면 표지를 보인 채 누워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책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많이 팔리는 것과 같습니다.
에세이가 이렇게 많이 읽히는 것은 정서, 공감의 지점이 같아서 일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10대, 20대의 정서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이는 생활 스타일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보려고 하는 것이 거의 다 보이는 세상이 되었기도 해서입니다.
남의 것이 멋있어 보여 동경을 하고, 나와 같은 것에 공감을 하여 친밀감을 느끼는 것에 지갑을 여는 것은 국경을 넘고 언어의 장벽도 넘어섭니다.
아마 이 현상은 서적만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에 걸친 소비경향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이야기, 소설, 책이 좋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서 미리 먼저 읽은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만드는 일을 할 때가 가장 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