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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Dec 24. 2021

좋아하는 것을 바로 실천하는 사람들

마리오 씨네 가족



책거리는 일요일, 월요일, 그리고 연말연시(약 1주일 정도) 여름휴가(약 1주일 정도)가 정기 휴일이다. 이 정기휴일은 2015년 오픈 당시부터 변함이 없다. 일요일, 월요일에 책방 문을 열지는 않지만 안에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문을 빼곰이 열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거개가 멀리서 오신 분들이 많다. 도쿄에 온 김에 책거리까지 찾아온 것이다. 어찌 환대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3층까지 걸어서 올라오신 분들이 아닌가.


월요일 저녁 시간대였다.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오래 한 친구가 출판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하였다는 전화를 해왔다. 축하파티를 해야지 했더니, 지금 당장도 가능해, 지금 진보초에 있으니 책거리로 갈게,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번갯불에 콩을 튀겨먹을 인사가 있나. 그리고 잠시 후에 나타났다. 나에게 꼭 소개해 줄 친구라면서 마리오 씨와 함께. 


마리오 씨는 출판 에이전트 일을 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였다. 두 여자와 함께 수다를 떨면서 마리오 씨는 연신 노트에 이야기 속 장면들을  그렸다. 이야기가 만화가 되는 순간...... 이러다가 아니메가 되겠네.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순간순간을  잘 포착하여 아주 빠르게 그리는 것이었다. 이야기가(스토리, 원작)이 좋은지 그림이 좋은지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마리오 씨는 느낀 것을 바로바로 그림으로 말로 표현하는 내가 일본에서 만난 많은 일본들들과는 약간 다른 면이 있었다. 수다파티가 끝나갈 무렵 내가 마리오 씨에게 쿠온에서 만든 책을 소개하자 그는 내 프레젠을 듣고 즉석에서 무려 6권을 구입하였다. 쿠온의 책은 그리 싼 편도 아닌데. 나의 사게 하는 프레젠 능력이 좋았나. 심지어 오늘은 정기휴일인 월요일인데. 


산 책 중에 “쇼코의 미소”가 있었다. 마리오 씨는 지나가는 말로 “내 딸 이름도 쇼코여요”, “쇼코, 만나고 싶네요” (이 말은 그때 당시 진심이었고 결코 비즈니스 토크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다음 날, 마리오 씨의 와이프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SNS에서 “우리 남편이 사 온 책들을 보다가 그 책방에 가보고 싶어 져서 다녀왔다. 정말 따뜻한 분위기의 책방이었다” 그리고서 자신이 산 책들도 올려놓았다. 오오오, 이런 기특한 사람들이라니.


그리고 또 며칠 후. 마리오 씨 가족이 책거리를 찾아 주었다. “쇼코”도 함께 온 것이다. 쇼코는 열심히 책을 고르고 스스로 지불을 하였다. 좋아하는 것을 바로 실천하는 사람들! 정말 훌륭한 책거리 손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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