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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Feb 20. 2023

파주 출판도시에서 만난 사람들1


파주 출판도시에서 만난 사람들


출판사를 차려 책을 만들어 내면서 독자들과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파주 출판도시 투어를 하였다. 북페스티벌이 열리는 가을의 파주는, 하늘은 높고 공기는 싱싱하고 작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여러 출판사들을 방문하여 편집자나 출판사 대표들에게 책 만드는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하고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북카페에서 어슬렁어슬렁 시간 들여 책을 보고 팥빙수를 먹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쿠온의 출판도시 투어였다. 어떤 때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씨와 함께 가기도 하였고 건축가 고시마 씨와 함께 가서 건축물들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두 분  다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터라 간 김에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만들었다. 저녁에는 다들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책 보다 음식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돌판에 지글지글 갈색으로 구워지는 삼겹살에 막걸리! 다니카와 상은 아마도 이때 먹은 삼겹살과 막걸리를 잊지 못하여 막걸리는 취하려고 먹는 게 아니라 먹는 게 아니니 천천히 마신다 라는 시를 썼지 않았을까. (신경림 선생과 두 차례의 대담, 연시 등을 나눈 후 책을 묶었다)

 파주 출판도시를 같이 다녀온 분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는 것은 출판도시 안에 있는 호텔 지지향이다.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있는 넓은 로비, 룸에는 TV가 없고 대신 책이 놓여 있다. 각 방에는 한국의 작가들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작가들의 책이 놓여 있는 것이다. “토지”를 번역한 시미즈 치사코 씨는 어떤 기고문에서 이렇게 썼다. -쿠온의 투어에 참가했다가 박경리 작가의 이름의 방에 묵었는데, 2년 후부터 “토지”를 번역하게 되었다.

(토지는 총 20권의 대하소설로 2016년부터 요시카와 나기와 시미즈 치사코의 공동 번역으로 현재 15권까지 진행되고 있다. )

출판도시라니? 하는 분들을 위해서 파주의 출판도시를 잠깐 설명을 하겠다. 파주 출판도시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출판인들의 뜻에 따라 계획되고 만들어진 아주 특별한 문화 공간이다. 출판, 디자인, 인쇄, 유통, 영상, 예술 관련 업체가 한 곳에 모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더불어 서점과 박물관, 북카페 등 다양한 시설을 통해 책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1997년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을 받아 2007년에 책의 도시를 모토로 도시가 만들어졌다. 이후 책과 영화의 도시로 개발을 확대하여 2012년에 완성되었다. 매년 북 페스티벌이 열리고 DMZ 영화제가 파주에서 열린다. 지금 한국의 소프트 콘텐츠가 여러 언어권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실은 이런 인플라가 만들어져 창작자,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이 도시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이들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가열하게 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나중에 정치가가 되거나 출판사를 차렸다. 취직이 어려우니 자영업의 길로 나선 것이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이 출판이었다고 한다.  90년대에 한국에서 외국의 사상가, 철학가 등의 번역이 왕성하게 진행된 것도 다들 이들의 행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스테판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이때 거의 번역이 되었다. 물론 퍼블릭 도메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였지만.

일본에서 출판사를 차리고 일본의 독자들과 함께 출판도시를 찾은 것에 대해  이 1세대들은 대단히 기뻐해 주었다. 열화당의 이기웅 사장,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 세계사의 최선호 사장, 범우사의 윤형두 사장은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다. 3회에 걸쳐 한국의 출판도시 파주 이야기, 한국의 출판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To be contin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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