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온 출판사 김승복
나에게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행동하게 하는 책이다. 한번 더 읽고, 주변에 권하고, 그 책이 일본어 책일 경우 한국의 출판 편집자에게 열정 가득한 편지를 써서 번역 출판을 권한다. 물론 그 책이 한국어 일 때도 마찬가지로 이 책에 관심을 가져줄 편집자에게 러브레터를 쓴다. 물론 쿠온에서도 번역출판을 한다.
또한 쿠온이 운영하는 책거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 책의 저자나 번역자를 섭외하여 북 토크를 부탁하기도 한다. 좋은 것은 널리 알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각자의 감성대로 느껴 행동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김원영의 글을 찾아 읽은 것은 일본의 기시다 나미의 “가족이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이다”라는 에세이였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오오가 상이 추천해 준 책인데, 다운증을 가진 남동생과 지내면서 장애를 가진 이를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과 주변의 마음에 대해 누나가 거리낌 없이 쓴 에세이다. 문장은 시종 명랑하고 유쾌하지만 그 문장들 너머로 가족의 아픈 장면들이 비쳐 보여 얇은 책이었지만 읽는데 시간과 마음이 많이 걸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직접 쓴 책을 찾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우선 한국어로 써진 책을 찾다가 김원영을 발견하였다. “희망 대신 욕망” 어려서부터 골형성 부정성을 앓아 열다섯까지 집과 병원에만 다니다 초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치르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로스쿨까지 나와 변호사가 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간적 흐름으로 진행하면서 사회와 갈등하고 화해하고 교섭해나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풀어낸 자전 에세이이다. “희망 대신 욕망”은 수많은 도전을 하였고 노력했고 성공했다는 석세스 스토리가 아니다. 타이틀에도 당당하게 드러나 있듯이 그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싫고 혹은 불편한 것들을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내가 뭐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나의 불만, 불편함, 욕심 이런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을 아프게 써 내려간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쿠온에서 꼭 번역 출판하고 싶었다.
이 책은 2010년에 초판이 나오고 2019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래서 장애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김원영의 문장은 솔직하면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자연스럽게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사이보그가 되다”, 청각장애를 앓아 보청기를 사용하는 소설가 김 초엽 씨와 함께 휠체어를 타는 김원영 씨가 몸과 테크놀로지와 사회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하는지 지면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시사잡지에 번갈아 가면서 연재한 글을 책으로 만들면서 말미에는 두 사람의 대담이 실렸다. 나는 이 대담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 출판해줄 편집자가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 쓴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었다.
이 책에는 낯선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장애아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 그것을 모른 채 장애아를 출산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수차례 일어나자 법학자들은 이런 소송에 이름을 붙인다. “잘못된 삶”소송이다. 태어난 아이가 이 세상에 잘못 태어났다고 부모가 병원에, 법에 고발하는 내용이다. 2016년 일본에서 일어나 장애인 시설에 한 남성이 침입해 흉기로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는 심지어 고통스러워하는 장애인들을 구원했다고 말했다.
잘못된 삶으로 치부받기 쉬운 , 실격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을 써내려 갈 수 있을지, 일본의 장애인 학살과 나경원 국회의원의 장애 아동 목욕봉사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문제시되는지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적극적인 변론을 전개한다.
여러 나라의 문헌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변론을 지면에서 열띠게 펼쳐간다. 마치 법정에 선 변호사의 변론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의 첫 에세이 “희망 대신 욕망”에서 - 증언은 더 이상 내 역할이 아니다. 변론이 나의 일이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이 그가 그동안 해 온 일들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시다 나미의 책을 만든 편집자에게 추천을 하였다.)
김원영은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지 다니는 사람이다. 그가 다닐 수 없는 길은 계단이 있는 길이다. 길이라면 누구나 다니는 길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던 나는 김원영의 많은 글을 읽으며 정말 부끄러웠다. 심지어 내가 운영하는 책방 책거리는 계단을 이용해야만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김원영의 책을 읽으며 나는 하루라도 빨리 책거리를 휠체어를 탄 이들도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이전을 할 생각을 하였다. 좋은 책은 여러 방면으로 행동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