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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Feb 20. 2023

책방지기로 사는 제2의 인생

김승복의 책으로 만난 사람들 02

책방지기로 사는 제2의 인생


출판사를 창업한 사람들 모임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40년이 다 된 모임이라 초창기 멤버는 70대, 80대도 있고 이미 2세 경영으로 30대, 40대 회원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도중에 참가한 창업연수가 짧은 멤버도 있습니다. 그림책을 주로 내는 출판사, 외국어 학습서를 내는 곳,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 화하여 서비스하는 곳, 월급생활자를 대상으로 한 책만을 내는 곳, 가정문제 전문 출판사, 법률도서 전문 출판사를 비롯하여 60년 이상 출판 에이전트를 하고 있는 베테랑 여성도 회원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각 사의 근황과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동업자들의 고해소 같은 모임입니다. 오늘은 이 모임에서 만난 그림책 전문 출판사 사장이었던 요시이 야스후미 씨와 역시 출판사 사장을 지낸 타마코시 나오토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어린이 책 전문 책방 “푸른 손가락”을 차렸습니다. 올  1월 5일에 오픈한 새내기 책방입니다. 도쿄 키치조지. 도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고도 하지요. 공원도 많고 작은 셀렉트 숍들이 많은 곳입니다. 상점들이 쭉 늘어선 곳에 “푸른 손가락”이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추운 겨울날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도쿄도 어느 가게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푸른 손가락”은 레지스탕스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작가 모리스 드뤼옹이 1968년에 쓴 동화책입니다. 주인공 치토가 엄지손가락을 대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신기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심지어 대포 속에 씨앗을 넣어두기도 합니다. 반전을 노래하는 유명한 책이지요. 70대 책방지기들이 책 제목을 빌려와 책방 이름으로 쓴 의도를 두루 짐작해 봅니다.

두 사람이 70살이 된 것을 기념하여 책방에서 책을 파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70년을 살다 보니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들은 모임에서 만났을 때도 자신들이 읽은 책 이야기를 늘 신나게 하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고 조세희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고도 하셨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조세희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드렸지요.

8평 정도의 책방은 진열대도 테이블도 아이들 키에 맞추어 참 낮았습니다. 그러나 책장이나 테이블이 중후한 목재로 만들어져 있어 어른들의 서재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권 쌓아두거나 하지 않고 한 권 한 권 표지가 잘 보였습니다. 손님도 책도 존중을 받는 그런 책방이었습니다.

며칠 전 아홉 살 손님이 혼자 책방에 와서 “좋은 책 있어요?” 하고 물었는데 바로 대답을 못해 그 다음날부터는 두 시간 일찍 책방에 나와 오늘의 추천 도서를 정하고 책 읽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도쿄에 오시면 꼭 “푸른 손가락”에도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책 있나요” 하고 물어도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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