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니 Nov 13. 2019

이직을 할만한 적절한 타이밍

지금 이 순간 떠날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이직을 꿈꾼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과 조건으로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어 한다.

이직을 고민할 즈음,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플랜 A.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봐서 공백기 없이 이직한다.
플랜 B. 노플랜으로 그냥 때려치운다. 설마 굶기라도 하겠어?



입사 5년 차. 

지금껏 두 곳의 회사를 다녔고 두 번째 회사에 재직 중이다.

두 번째 회사에서 3년이 넘게 일을 하는 동안 "아, 못해먹겠네. 때려치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적은 사실 많이 없었다. 입사하고 3개월 간은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쯤은 뭐 할 만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 극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아서 그런지, 

무슨 일을 맡든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아무렴, 그놈의 첫 번째 회사보다 더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버티다 보니

어느새 1년, 2년, 3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한 번의 승진을 했고, 연봉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한다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신입사원으로 이곳저곳 지원서를 넣으며 들어간 첫 번째 회사는

 "무조건 이곳에서 1년을 버텨야지. 그래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남은 건 얼마 안 되는 적금과 퇴직금. 그리고 상할 대로 상한 건강이 전부였다.



그때는 플랜 B 없이 무작정 살고자 퇴사했다. 환승 이별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자고로 이직을 준비하려면 자소서를 쓰고, 연차를 내어 면접을 갈 만한 시간적 여가 있어야 하는데 그 회사는 끝나면 12시였고 매일 막차 타고 집에 오기 바빴다.

연차를 한 번 내려고 하면 최소 2주 전에는 사전 공지해야 하는데, 

자소서 넣으면 바로 면접 잡히는 일정에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그때는 옆 부서 영업사원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외근 다닐 때마다 요령껏 면접을 보더니 결국 보란 듯이 원하는 대기업에 합격해서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계획을 짤 수 없었기에, 그만두고 다시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하였고

1년 2개월이라는 경력은 경력한 줄로 쓰기에도 민망한 짧은 사회 경험일 뿐이었다.






반년이 흐르고, 몸과 정신이 회복될 무렵. 아니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

나는 이 회사에 들어왔고 운이 좋게도 사람 복과 일 복을 타고났는지 나름 이 회사에서는 

상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일을 하고, 남들보다 1년 더 일찍 승진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도 둥글둥글하니 내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주는 사람은 없었다.

부서에 미친놈 한 명은 있기 마련인데, 물론. 성격이 특이하신 분은 있으나 말 그대로 '악한 사람'은 없었다.



일이 할만해였을까.

3년이 지나갈 동안 이직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주변에서 "이제 3년 넘었어? 3~5년 차가 이직하기 가장 좋은 시기래."라는 말이 들려올 때마다

아직 할만한데 일을 그만두고 딴 데를 알아봐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괜히 옮겼다가 사람도 안 맞고 일도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서른이 되고 나니,

도전보다는 오히려 안정을 택하는 쪽으로 나도 모르게 기울었던 것 같다.

큰 변화 없이 익숙해져 버린 일이 가끔은 무료할 때도 있었지만 편했다.

그 익숙함에 젖어들 무렵,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 있는 부서가 통합되어, 다시 회사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의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었다.

첫 부서가 신사업을 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회사가 제대로 지원 안 해주는 신사업 부서에서 매출 걱정하며 변변치 않은 예산으로 마케팅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에

다시 신사업 부서의 일을 담당하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지만,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면서 이만큼의 거래액을 만들기 위해

떠다니는 의미 없는 숫자들을 보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신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접어버리는 회사였기 때문에 그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이직이라곤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요 근래 이직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퇴근길에는 잡코리아에 들어가 내게 맞는 직무와 회사가 어디 있나 기웃거리고 있다.

자격증을 갱신할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완성할지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지금이 이직을 준비할 타이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간관계, 일, 돈 때문에 그만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하루 9시간 넘게 옆에서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이 안 맞으면 스트레스로 오래 다니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보다 좋은 팀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특히 바로 직속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부장이 미친놈이라면 직원들끼리 한 마음이 되어 똘똘 뭉칠 수 있지만,

직속 상사가 미친놈이라면 일을 받는 입장에서 매일매일이 고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야근을 해야 된다면 누구나 퇴사를 고민할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대기업은 6시만 되면 스위치가 꺼져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곳이

종종 있다. (물론 그렇게 정시에 일을 끝내기 위해, 커피 마실 시간 없이 일을 한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온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먹는 야식 대신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저녁 시간이 보장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지니까.



셋째, 돈에서 오는 스트레스

아무리 모아도 금방 카드값으로 빠져나간다. 월급날 들어온 숫자는 스쳐 지나갈 뿐.

몇 년을 일해도 도무지 돈이 모이지 않는다. 방세 내고, 점심 식비 쓰고, 주말에 친구 좀 만나다 보면

한 달에 50% 적금하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이럴 바에, 아예 몸값을 올려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한 회사에서 오를 수 있는 연봉 인상률에는 한계가 있고, 보통 한 자리 숫자로 많이 정해진다.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회사를 다니는 이상 재협상 하기는 무척 어렵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연봉이 마음에 안 들면 점프업 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첫 번째 회사는 위 세 가지가 충족이 안되어 고민할 것도 없이 쿨하게 그만둘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있는 회사를 그만둘 이유를 굳이 찾자면, 셋째. 돈에서 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까진 아니지만 다른 직종의 회사에 비해 그리 높은 연봉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몸값을 더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몸값을 올릴 최적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얼마 전에 개봉한 82년생 김지영.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책으로는 읽었다.

여자. 그것도 결혼한 '기혼 여성'이 이직을 하기가 참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미혼과 기혼의 차이라면, 기혼 여자가 되는 순간 딩크족인 사람도 '잠정적 육아휴직에 들어갈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적 편견과 한계가 아직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사람보다는 사회 구조상의 문제이다. 회사에서 육아 휴직에 들어간 사람의 공백을 잘 채워줄 수 있는 구조라면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아직도 육아휴직 문화가 잘 정착된 회사가 있고

육아휴직에 간 순간 승진은 포기하고 자리마저 뺏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회사도 있다.




나도 모르게 '기혼 여성'으로 분류된 순간, 내 경력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평가를 받는다는 거에 화가 났다.

사실 아직 결혼 계획도 없고, 임신 계획은 더더욱 없으나. 

서른 중반이 되기 전에는 어차피 결혼을 언젠가 생각하고 있는 상황으로써 늦어도 3년 내에는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왕 이직을 할 거라면, 아무런 사회적 편견 없이 '미혼 여성'일 때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내가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한번 더 도전을 해보는 것도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에 따른 위험 변수도 있기 마련이다.

옮긴 곳이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이직을 할 거라면 지금보다 최소 15~20% 이상은 연봉을 높여 갈 생각이며

좀 더 나은 복지제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잡플래닛 후기까지 꼼꼼하게 읽어서 최소 3점은 넘는 회사에 갈 생각이다. 내가 무슨 팀에 배정받고, 직속 상사가 누가 될지까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적어도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알아보려고 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그저 나중에는 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시기가 온다면 정말 암울할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을 보냈다. 

평생직장이 없는 이 시대에, 믿을 만한 건 회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다양한 업무를 하며 배운 업무 경험과 스킬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가 훗날 내 자산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전문직이 아니라면,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만큼은 전문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지금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항상 새로운 환경에서 마케팅 업무를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주변의 좀 더 많은 마케터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일까.

주변 환경을 리셋할 명분을 찾은 지금이 바로 이직을 할만한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우리 부서의 홍일점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