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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May 25. 2020

30대 여자의 이직이 어려운 이유

손에 가진 게 많을수록 현재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경력이 쌓이면, 오히려 이직이 더 쉬울 줄 알았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취업 시장에서 경력이 있을수록, 대리급 직급일수록

스카웃의 기회도 많이 생겨 다른 회사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신입에게는 스카웃이란 없다.

그저 몇 년간 묵묵히 사회에서의 시간을 버티고, 그 시간이 쌓였을 때 '경력직'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이 글을 '30대 여자의 이직이 어려운 이유'라고 써야될까 고민했다.



사실 30대 여자라고 모두 같은 환경에 놓인 것은 아니므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쓴다면.

30대 여자이면서, 결혼도 고민하고, 경단녀는 되기 싫은-5년차 여자의 글이다. 

요새는 나이에 상관없이 비혼인 사람도 있고 딩크족도 있으니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갈테니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편적으로 '30대가 넘어 결혼을 고민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글을 적는다.




1. 마음만 먹으면 이직은 할 수 있겠지만


20대 취준생일 때의 나는 항상 계획을 짰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바쁘게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얼른 경력이라는걸 채우고 싶었고, 승진이라는것도 해보고 싶었다.

사회에서 '내 자리'를 얼른 갖고 싶었다.

그래서 졸업을 하는 동시에, 사회에 나왔고. 첫 회사에서 1년을 호되게 일한 후 그만 두었다.



그 때는, 그만 두기로 결심하는게 너무 쉬웠다.

그만둬야할 이유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 그만둬야 하는 이유를 단 한가지라도 찾을 수 없었다.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얘기 중 '사람, 돈, 일' 이 셋 중 한 개라도 남아야 다닐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퇴사를 하려면 '때려쳐야만 하는 결정적 계기'가 있어야 그만 둘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오히려 직장 경력이 짧을수록, 사회 경험이 없을수록 그만두기는 더 쉽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직을 할 수 있겠지만,

내게 비교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 회사 였다.

이 전 회사를 1년 경험하고나니, 현재 다니는 회사의 일이 너무 쉽게 느껴졌다.

신입일 때 이 전 회사를 다니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각종 부당함을 몸소 겪었지만, 그게 부당하다는 것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30대가 지난 지금,

나는 부당함이 뭔지 알아버렸고, 이제는 그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

그걸 그대로 참아서 꼭꼭 삼킬 여유가 없어졌다. 

경험이 쌓일수록, 나만의 자아가 더 단단해졌고 그걸 무너뜨릴만큼 참고 다닐만한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난 "너 아니여도, 갈 곳 있어."의 심정이랄까.

오히려 제 2의 대안이 있기 때문에, 딱히 힘든 일 없는 편안한 일상의 루틴에 익숙해진걸지도 모르겠다.



2. 이직을 하려면 계기가 있어야 한다.


올해 초, 이직을 할만한 큰 계기는 있었지만.

코로나가 겹치면서 유야무야 사라졌다.

한달 간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갈등도 해결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를 그만둬야하는 결정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얼마전에 친구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요즘 일하는거 어때?" 

"그냥 다닐만해."




사실 '다닐만 한'정도의 회사라는건, 계속 그럭저럭 일하면서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가끔은 잔잔한 호숫가에 돌을 하나 던지듯이,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지만

섣불리 모험을 하고싶지는 않다. 이미 손에 가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괜히 옮겼는데 나랑 안 맞는 사람들과 힘든 상사와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서 그런지 이제는 내가 일을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한다.

누군가 나에게 시키는 게 아니라, 만들고 그만큼 성과를 내게끔 이끌려고 한다.

그걸로 나중에 평가받겠지만...

사실 자유로운 조직과 퇴근 시간이 지켜지는 곳에 있다가

그게 깨지게 된다면, 다시 비교대상이 지금의 직장이 될까봐 두렵기도 한다.




3. 30대가 되어서 이직할 때 고민하는 것들


내가 20대였을 때 취업의 기준은,

이름 있는 회사인가. 돈은 얼마나 주나. 퇴근시간은 잘 지켜지나.

이런 것들이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마치 고등학생이 대학이름을 중요시하듯이

굳이 내가 이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설명할 필요없이

이름있는 회사에 가기를 원했다. 마치, 그 때는 그게 성공한것처럼 보여졌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 때는 왜 그렇게 외적인거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5년차가 되니, 꾸준히 저축을 하고. 어느 정도 통장 잔고가 제법 불어나게 되었다.

더 이상, 결혼식 때 5만원을 낼지 10만원을 낼지 고민하지 않는다.

취준생일때의 5만원의 가치와 30대가 되어 5만원의 가치는 제법 차이가 난다.

수중에 얼마만큼의 여유자금이 있느냐에 따라, 마음의 여유도 생겨나는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이직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볼지 고민해봤다.

이직을 할지 안할지 사실 모르겠지만 다시 이직을 하게 된다면

육아휴직은 잘 보장되는 회사인지,

여자 상급자들이 회사에 얼마나 자리잡고 있는지.

퇴근 시간은 잘 지켜지는지. 

이런 것들을 더 고민할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며 살고 싶기 때문에

언젠가 결혼을 해서 애가 생긴다 하더라도

내 커리어를 계속 가지고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언젠가 생길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복지가 잘 되어있는지가

이직을 하는데 더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렸다.




4. 때론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한다



내가 원래부터 원했던 길이 이 길이었을까.

가끔 생각도 해본다.

어쩌다 다니게 된 회사에서 맞는 직무를 찾아보니 지금의 내가 있는것일지

아님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점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것일지...?



요즘은 사실 이렇다할 계획이 없다.

계획형 인간인 나는 계획이 없어서 불안하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이라도 해야될 것만 같은 기분은 드는데,

지금의 이 평온함과 안정감이 주는 달콤함 때문에

이대로 흘러가는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다소 게으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회사를 다니고.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는

이 흐름을 내가 깨지 않는다면, 다른 방향으로 굳이 틀지만 않는다면

정해진 이 방향으로 계속 걸어갈것만 같은 기분이다.



인생에는 몇 번의 선택지와 고비가 온다는데,

30년의 인생을 살아온 결과. 그 고비는 주로 3년마다 왔던것 같다.

대학 입학, 교환학생, 첫 취업, 직무 변경...

선택지는 결국 내가 만들어냈다. 만들어낸 선택지를 고민하는 것도 내 몫이었고,

결정을 내린 것도 나였다.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나였고.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도 어떤 선택지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것 같은데

요즘의 난,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쪽으로 51:49 정도로 더 기운 것 같은 기분이다.

코로나로 무료해진 요즘,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배워봐야겠다.

이를테면, 지금 손에 가진 것들을 더 키울 수 있는 재테크라던가.

한 때 재밌게 공부했던 외국어 공부라던가.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줄 요리라던가.

모든 생각해보자. 일상을 변하게 해줄 그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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