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선택할 수 있어도 누가 내 상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직사이트를 돌아다니다보면 어떤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원하는지는 적혀있지만
실제 그 회사를 가서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을 받고 첫 출근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될지 모른다.
사실 첫 출근을 하고도 적어도 일주일, 한 달 이상은 두고 봐야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바로 이 '상사'인데
직속 상사, 흔히 '사수'라고 부르는 사람과
팀의 리더격인 '팀장'을 잘 만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사를 잘 만나면, 회사 생활이 정말 편해진다.
물론 어느정도 상사에 나를 맞춰가야겠지만,
보통의 사람이 맞출 수 있는 상사의 기준을 넘어선 유형을 만나게되면
회사 생활이 정말 고달파진다.
나는 첫 사회생활에서, 신기하리만큼 최악의 상사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지금 더 어떠한 스트레스도 견뎌낼수 있도록
단단해진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사회생활, 최악의 상사를 만나다
신입사원으로 첫 회사에 입사하여 일했던 그 날이 떠오른다.
생애 처음 정규직으로써 최종 합격을 받고 일을 시작한 그 날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설렘과 긴장 속에 첫 출근을 했다.
인턴으로 시작한 나의 첫 사회생활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내가 만났던 첫 조직의 상사들은, 이미 그 팀의 분위기가 그렇게 조성되었는지는 몰라도
다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직속 상사 중 한 분이었는데, 인수인계를 받던 신입사원인 내게 던진 말이었다.
그 때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입사 3개월이 지나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팀은 야근이 생활화되어 있어, 굳이 근무 시간안에 일을 다 처리해도
어차피 저녁에 새로운 일이 또 생겨서 저녁에도 남아 일을 해야만 했다.
처음엔 열정을 가지고 일을 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자 나도 모르게 근무시간안에 해야할일을
늘려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참으로 비생산적이라 생각했지만, 오후에 집중해서
내 에너지를 모두 소비해버리고나면 저녁까지 책상앞에 앉아있을 자신이 없었다.
한번은 저녁에 일을 하는게 너무 싫어서,
야근을 하는게 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입사 초반에는 일찍 간 적이 더러 있었다.
굳이 상사가 남아도 자기 할 일 끝나면,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일찍 집에가는 내가 눈엣가시였는지 안좋은 뒷담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직속사수는 내게 "집에 가기 30분 전에는, 시키실 일이 있는지 꼭! 물어보라고 했고"
물어볼 때면, 어김없이 나에게 일을 주셨다. 그것도, 30분 안에는 절대 끝낼 수 없는 일을...
꼰대 상사의 최고봉은 역시나, 직급이 높을수록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 길거리를 지나면 아저씨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때 그 부장님은
"네가 감히"라는 말을 꽤나 자주 쓰시는 분이었다.
입사를 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팀 내 모 대리와 부장님과의 언쟁이 있었다.
회의실에서 사무실이 떠나가게 소리를 질러댔는데,
그 장면에서 기억남은 단어는 "네가 감히~ 내 얘기 안들어?" 이런 소리였던걸로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호랑이같이 불같은 분이셨고
본인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전혀 용납하지 않은 분이었다.
결국, 그 대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입사하고 1개월 내에 겪은 내 첫 사회생활은, 경악 그 자체였다.
지금에야 '꼰대'를 꼰대라고 힘주어 부를 수 있는데,
그 때는 부당한 것을 입밖으로 내지도 못했다.
그저 참고 다녀야만 되는 줄 알았다.
화가 내 속에서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몇 개월이 지나고서야
몸이 아프면서 알아차렸고, 이게 바로 갈 때까지 간 최후의 퇴사 시그널임을 알게 되었다.
일을 받는 입장으로써, 상사가 맞지 않으면
회사생활이 너무 고달프다.
어쩌면 신입사원이었던 내가 그 때 사회생활을 잘 몰라서,
남들보다는 눈치가 없어서, 상사의 니즈를 빠르게 캐치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사내 정치라는것도 몰랐고, 사실 지금도 하고싶지 않다.
일하기도 힘든데 그런 것까지 굳이 신경쓰면서 아둥바둥 살고싶지는 않다.
지나고보니 그 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사내정치라는게 필요했고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적당히 눈치 있게 행동하는게 필요했다.
뭣도 몰랐던 나는 그런걸 신경쓰지 않았고(신경쓰면서 일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
그 때 최악의 상사 유형을 다 겪은 덕분에,
나의 이후 회사생활은 너무 순탄해지고 말았다.
이 전 회사의 비교대상이 너무 강력해서, 그 이후로 만난 조직의 상사들은
마치 온순한 양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금도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회사는 잡플래닛의 평점을 보던 블라인의 후기를 보던
어떻게든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 수소문할수는 있겠으나
내가 어떤 팀에 가서 누구랑 일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의 성격은 어떻고
상사는 정상적인 사람인지...이런 것들은 절대, 네버! 체크할 수 없기 때문에
막상 새로운 문화를 가진 팀으로 환경을 바꿀 생각을 하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은 상사를 잘 만난것만으로도,
내가 상사 욕을 하지 않고 좋은 분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상황인지를...
사회 초년생인 지난 1년간 충분히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마치 확률 게임과도 같은 '좋은 상사 만나기 운'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