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니 Mar 18. 2021

승진이 뭐라고

제 3자입장에서 본 승진 대상자 관찰자 일기

올해 승진 대상자는 아니기에

오히려 승진을 둘러싼 인사 발표와 조직 내의 술렁거림

누가 승진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승진 발표의 날


얼마 전 승진 발표가 났다.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와 달리 연구소 직급 체계라서 직급 개수가 적은 편이다.

다른 회사에서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으로 가는 순이라면,

우리 회사는 전임-선임-책임-수석-임원이 끝이다.

그래서 선임이라는 직급에 대리급과 과장급이 혼재되어 있는 모양이라

보통 저 직급 내에서 적체된 경우가 많다.



특이한 건 전임 직급에서 선임 직급으로 올라갈 때는

승진 포인트만 어느 정도 채우고, 웬만하게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는다면

대개는 승진이 되었고 늦어봤자 1~2년 수준이었다.

그래서 30살인 선임도 있고 42살인 선임도 있다.

승진이 나이순은 아니지만 선임 직급 내에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선임에서 책임급으로 올라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보니 비교적 경쟁이 치열한 편이었다.



알게 모르게 직장인 해우소인 블라인드에서 승진은 언제 되고

되면 월급은 오르는 건지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을 때

덜컥. 승진 발표가 났다.

우리 팀에는 선임에서 책임으로 가는 대상자가 둘 있었다.

두 분 모두 되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을 테지만,

회사에서는 꼭 그렇게 안 두더라.



두 분 중 한 분은 승진이 되셨고, 한 분은 안되셨다.

제 3자 입장에서 봤을 때 두 분 다 올해 되셨어야 하는 분들이었기에,

승진이 안 된 다른 한 분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게시글에 올라온 글을 읽고는 두 분이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계셨기에

승진이 되신 분께도 메신저로나마 조용히 "승진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었다.



사실 어떤 이유에서 그분이 승진이 안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기에 이미 작년에 승진 포인트를 채운 대상자였고 그때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제외되셨다.

(하지만 올해 그분보다 2살 어린 분도 승진되셨다!)

한 팀에 대상자가 두 명이라서?

이번 공고에서는 한 팀에 두 명씩 승진된 팀도 더러 있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승진 여부를 판가름하는 부문장 눈에 안 들어서?



우리 팀장님이 특히 아끼고 좋아하셨던 분이었고,

이번 승진 대상자에도 추천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왜 그분이 떨어진 건지, 객관적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일을 못한다거나, 결격사유가 있다면 몰라도.

그분은 항상 전임급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본인의 직무가 아님에도 적극 나서서 도와주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내가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승진 발표 결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라면 이해해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잘 도와주니까 이번에도 양보하라는 뜻에서 일까.

답은 그 결과를 낸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




승진이 뭐라고


승진 발표가 나던 그 날 오후에 사무실을 가득 메운 그 갑갑함을 잊을 수가 없다.

일희일비가 엇갈리는 그 순간에

일 년간의 실적에 대한 성과를 논하는 자리에서

승진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승진이 된 사람에게는

그저 "축하한다"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축하를 받고 있을테니.

그런데 승진이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라는 말도 못 하겠고 "괜찮아"라는 위로도 쉽게 할 수가 없다.


무슨 말로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위로받는 처지라 생각이 들면 더 비참해질 것 같기에

나는 속으로 안타까웠지만, 나보다 선배인 그분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놀랐던 것은

그 분보다 직급이 위인 사람들이 툭툭 내뱉고 가는 그 말이

꼭 내가 당한 것처럼 마음을 콕콕 찔렀다.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요?"


A 차장의 한마디.

"OO야, 이번에 승진됐어?" (저기요. 게시글 좀 보고 말하세요.)

"저 안됐는데요. 이번에도 재수하게 생겼습니다. 허허"

"너는 언제 승진될라고 그러냐...그러다 만년 선임된다"

"그러게요. 벌써 두 번 누락됐네요."


굳이 승진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 "언제 승진되냐고" 본인도 답할 수 없는 말을 말해야 했을까.


B 부장의 한마디.

"ㅇㅇ야, 얼른 옆에 계신 ㅇㅇ님 이번에 승진됐으니 명패 바꿔드려야지. 너 질투해서 그러는구나!"

"아....질투는요. 아니에요. 네 바꿔드려야죠."

아무리 장난이라도.(장난이었을까?) 2번 승진 누락된 기분이 어떨지 뻔히 아는데

굳이 책상에 다는 명패 바꾸라는 얘기를 하다니. 그것도 게시글 올라온지 1시간도 안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본인이 그 명패 파일을 게시판에서 찾아 인쇄하기까지

얼마나 기분이 착잡할지 이해가 돼서, 얼른 내가 대신 찾아서 다른 승진한 분께 전달해 드렸다.


승진이 뭐라고. 참.

오히려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있어서 승진 대상자들이 납득할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로 탈락되었는지 알 수 있었더라면

당사자가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낫지 않았을까.


승진, 참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결혼 날짜는 내가 정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