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메커니즘
방송을 통해 연예인들의 숨은 선행과 사려 깊은 에피소드를 일컬어 '미담'이라 부른다. 미담은 피리 부는 소년 마냥, 미담에 미담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매너 좋은 사람'이라 지칭한다. 주변에 매너 좋은 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모두가 비슷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매너 있는 사람'으로 불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매너 있는 척하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진짜 매너와 '척'으로 보이는 가짜 매너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몸가짐, 버릇, 태도로 순화)
- 일상생활에서의 예의와 절차
오늘 이야기할 '매너'는 전자에 가깝다. 우리는 매너를 본래 타고난 기질적 문제로 치부하거나,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부모를 탓하며 가정교육의 일부로 인식하곤 한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세련된 매너를 빠르게 갖출 수 있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 또는 가정교육이 부족하더라도 매너는 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후천적 스킬이다.
매너는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사소한 행동인데, 사람들은 이를 '마음'이라 해석한다. '마음'이라 느껴지는 사소한 행동이 반복되면, 어느새 한 사람의 '평판'이자 브랜드가 된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이 사소한 행동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매너 있는 사람'으로 불릴 수 있는 걸까. 매너가 '매너'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이를 매너의 메커니즘이라 부른다.
넓은 시야 (마음, 시간 축적) + 실행력 (행동, 경험 축적)
매너는 동일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대상을 보다 넓게 인식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낯선 모임에 초대를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자. 북적이는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외딴섬처럼 그 자리가 불편하고 어색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 불편함이 일정 시간 지속되면 소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의 뻘쭘함을 알아보고 성큼성큼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사람들에게 소개해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외딴섬에 다리를 놓아준 그 사람은 '매너 좋은 사람' 이상의 감정으로 '고마운 사람'이라 느낄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관심이 적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놓이면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느라, 다른 사람을 챙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진짜 매너를 가진 사람은 그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소외된 사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탐색한다. 이는 상대방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자 애쓰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며,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읽으려 노력하는 시간이 축적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요소이다.
넓은 시야를 가졌다고 해서 매너가 완성될까. 소외된 사람을 발견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매너가 성립될 수 없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에게 다가가는 실제적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매너'가 완성된다. 실행력 또한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없다. 누구나 초기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게 맞나, 오지랖 아닌가, 가만히 있을까, 누군가 하겠지'라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결심이 행동이 되고,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그때부터는 고민하는 절차가 생략된다. 넓은 시야를 통해 나의 필요를 인지하는 즉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짜 매너와 '척'으로 보이는 가짜 매너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진짜 매너는 텃세를 만들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매너는 상대방의 감정을 인지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들이 차단된다. 하지만 매너 좋은 '척'하는 사람은 선택적 배려로 인해 누군가가 소외되거나, 무리에서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습성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진짜 매너는 행동이 즉각적인 반면 '척'하는 매너는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반응 속도만으로 그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행동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즉각적인 행동이 익숙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너는 학연, 지연을 능가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매너 좋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행동이 잘 정리된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라는 책이다. 20여 년간 신라호텔 등 국내 최고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며 만난 VIP들의 특별한 생활 습관과 행동을 정리한 내용이다. 사소하지만 세련된 매너를 발견하고 실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려 깊은 매너가 깊이 스며들어 비즈니스의 품격을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