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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쌤 Nov 06. 2021

장래희망이 알려주는 '나' 사용설명서 (직무가치)

진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직무' 정의와 직무가치 확인방법

우리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찾고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고자 노력한다. 그 대표적인 단어가 아마도 '꿈'이라고 쓰고 '직업'이라 읽히는 장래희망 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꿈이라는 주제에 대해 '의사, 변호사, 연예인, 유튜버, 사업가'처럼 특정한 직업으로 정의하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직업의 함정'에 빠져 진로 선택지를 좁히거나 불필요한 시행착오로 긴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합니다."


유명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에 많은 이들이 좋아요와 공감으로 응답했다. 꿈은 특정 직업과 같은 명사가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를 나타내는 동사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변호사, 검사, 판사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동사로 정의한다면 '법조인' 뿐만 아니라 언론인, 화이트해커, 비영리 단체 기관장, 소셜 서비스 기획자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과 선택지가 훨씬 더 다양해진다. 나는 이것을 꿈의 동사화, 또는 직무가치라고 표현하겠다.


사회초년생 시절 갖는 고민 중 하나는 '무슨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또는 없어서 고민인데 결국 '선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막연히 '무엇을 하고 싶다'만 고민할 뿐, 그 일이 왜 하고 싶은지 또는 왜 하기 싫은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과 확신을 가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한창 커리어 기반을 만들어야 할 2030 시기에는 '뭘 할까'에 대해 정답을 내는 시기가 아니라,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때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경험치에 대한 절대량'이다. 경험과 경력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고 자연히 쌓이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깨우치고 느끼고, 배우고 인지하고, 현장에 적용해 보며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철학적인 과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일 또는 관심사와 어떻게든 연결시키며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흘러가는 정보 중 하나로 넘길 것이다. 경험과 경력은 이렇게 흘려보내는 찰나의 순간들이 쌓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우리는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것을 '가치'라고 하고,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직무가치'라고 부른다. 직무가치에도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 나의 타고난 기질이나, 과거 특정한 경험 등에 의해 쌓이고 쌓여 그것이 내 인생에 중요한 가치로 작동되는 것이다. 나의 사례로 직무가치를 어떻게 점검하고, 정의하는지 소개하겠다. 나는 이 과정을 '성장나무 그리기'라고 부른다.




우선 빈 종이와 필기구를 준비해 나무를 하나 그릴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희망한 직업이나 꿈들을 나열하고, 그 꿈을 꿨던 나이를 함께 기록한다. 이때 최대한 과거로 돌아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적어보길 바란다. 하단의 예시와 같이 나무 하단에서부터 각 나이별 막연하게 꿈꿨던 직업들을 적어보았다. 표면적인 정보만 보았을 때 나는 진로에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성장나무 그리기 1차 예시, 나이별 꿈꿨던 장래희망을 나열한 모습


스무 살 당시로 돌아가 나에게 전공을 추천한다면 어떤 전공을 소개하겠는가. 상당수의 사람들은 청소년기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간호사, 천문학자'를 꿈꿨으니까 자연계를 추천하거나 '광고, 디자이너'라는 정보로 예체능계를 추천, 또는 전공 선택 직전의 관심사인 '일본어 통역사'라는 정보로 일어학과를 추천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희뿌연 과정 가운데 본능에 이끌려 산업디자인을 선택했고, 되돌아보니 나에게 가장 적절한 전공임을 알게 되었다. 직업만으로 진로를 선택하려고 하면 이처럼 다양한 잣대에 휘둘리게 된다.


이제는 각 나이별 꿈꿨던 장래희망 밑에 '내가 그때 왜 그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하고 싶었는지' 이유를 적어보자. 아무리 많은 정보가 제공되어도 청소년기에 그 직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막연하게 특정 모습과 경험, 감정이 즐겁고 행복하고 좋아 보였기 때문에 선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그것이 내가 '행복'이라는 느끼는 중요한 요소이자, 직업을 선택할 때 보다 더 많은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직무가치'이다.


성장나무 그리기 2차 예시, 각 장래희망을 왜 꿈꿨는지 이유를 기록한 모습


나는 여섯 살 때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이유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 모습이 예뻐 보여서.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동안 장래희망에 천문학자를 써냈다. 이유는 매일 저녁, 가게 셔터를 내리며 바라보게 되는 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던 별이 예뻐 보여서. 천문학자가 되면 매일 그 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함에 선택한 직업이었다. 그러다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광고기획자, 장난감 디자이너를 꿈꿨고, 고등학생이 되어 한창 일본문화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에 관심 생겼다.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며 일본어 통역사라는 직업을 꿈꿨는데, 그 이유 또한 '일본'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벚꽃 만개한 풍경 속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시기별 꿈을 꾸게 된 이유까지 듣고 난 지금,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직업 선택에 관통하는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나는 시각적이고 심미적인 것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의사결정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내가 하는 행위에 의미부여,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홍보 업무를 맡으며 추상적인 아이디어와 개념을 그림으로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롭게 즐거웠다. 커리어 컨설팅과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 역시, 나에게는 추상적인 말과 글, 의미 없어 보이는 조각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고, 이를 깔끔하고 예쁘게 보이도록 이력서, 자기소개서,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표현하는 연장선이었던 것이다.



성장나무 그리기를 통해 나의 직무가치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직무가치가 포함된 모든 영역에 제한과 편견을 두지 말고, 주어진 기회에 일단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직접적인 전공분야가 아닐지라도 그 선택은 전공자들과 또 다른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직무가치에 이탈된 익숙한 분야를 선택하는 것보다 낯설고 생소해도 직무가치 포함 일을 선택 때 내가 그곳에서 즐겁게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 밤, 동심으로 돌아가 과거에 가슴 뛰던 그 순간들을 회상하며,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충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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