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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히로시마..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다.

한반도 분단과 민좃의 비극이 시작된 곳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히로시마..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5분 거리에 있는 원폭 돔을 둘러 보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일본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행세했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내어 주고 본토의 분단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분단의 아픔을 겪은 것은 바로 우리 한국이었죠.

고시로 교수에 의하면 당시 일본 군부는 미국과 소련의 충돌 지점이 일본 열도가 아니라 중국 대륙이나, 만주, 조선이 되도록 유도하려 했다고 합니다. 패전 후 일본이 재기하는 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조선의 38도선 부근도 일본군이 꼽은 유력한 미·소 대립 지점 중 하나였습니다. 소련은 8월9일 개전하자마자 만주와 남사할린으로 진격하고, 하루 만에 함경북도 웅기를 점령했습니다. 다음날인 10일 일본은 항복 의사를 알렸습니다. 미군 소령 딘 러스크는 하룻밤 사이에 조선의 38도선을 분할점령선으로 제안했죠. 일본이 가장 두려워했던 소련이 참여한 일본 열도 분할점령은 피할 수 있을 만큼 빠른 항복이었습니다.

원폭 공원 안에는 당시 희생된 한국인을 위한 위령비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재일 동포들의 지난한 노력 끝에 겨우 세워진 것이죠.
잠시 묵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히로시마는 한반도 분단과 동족상잔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폭음이었습니다.
원자폭탄은 열전을 끝내고 냉전을 열어낼만큼의 공포를 보여주었지만 김구의 좌절 또한 이끌어냈죠.

잠시 묵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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