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2020년의 마지막 날을 기어이 밀어내고 다시 새로운 한 해의 태양이 솟아올랐다.
나는 매년 1월 1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태양이 무언가를 이루어줄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다.
1월 1일이 특별한 어떤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양태를 가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태양이 솟아오르는 그 순간, 절대적으로 순수한 염원의 에너지장이 형성된다.
그 에너지, 기를 받기 위함이다.
코로나를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그 비유처럼 우리의 삶의 일부 혹은 전부는 그야말로 코로나 전쟁의 결과로 쑥대밭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매우 어지럽거나 못 쓰게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쑥대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나오는 쑥은 말 그대로 들에 나는 풀인 쑥을 말한다.
왜 폐허를 표현하는 말에 쑥을 쓰는 것일까?
쑥은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쑥은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생’하는 풀이다. 황량한 공터나 빈 들에 가보면 쑥들이 여기저기 자라난 것을 볼 수 있다. 쑥은 물이 부족하거나 추운 날씨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가장 먼저 자라난 식물이 쑥이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전쟁의 결과로 폐허가 되어버린 모양을 쑥대밭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쑥대밭이라는 말은 폐허가 되어버린 땅을 기어이 밀어내고 ‘자생’하여 싹을 틔워낸 희망의 군집이 진실임을 알게 된다.
아무리 황폐한 땅이라도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쑥대밭 속에서 신축년의 새로운 태양이 솟아오른다.
신축년은 ‘하얀 소’의 해이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신성한 기운으로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신축의 음가는 신축(新築)과도 같으니 새로 쌓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폐허가 된 들에 쑥을 시작으로 다시 생태계가 구축되듯이, 무너진 경제와 방역, 국가체계를 새롭게 쌓아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축은 또한 신축(伸縮)과도 같으니, 경직되고 유연하지 못한 재건이나 신축이 아니라, 유연하게 늘어나고 줄어들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신축성 있게 신축해야 할 것이다.
리셋.
다시 시작하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끊임없이 반복되는 듯이 보이지만 매 번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인간이 무심한 세월을 1년으로 나누고 12달로 쪼개고 24시간으로 가르고 1분 1초로 잘라서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