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초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을 임해성 Apr 23. 2024

<도을단상> 연극 기도문

질문이 많은 백성

<도을단상> 연극 기도문


인연이 닿았나요.

한참 성경을 읽고 있는데 우연히 티켓이 제게로 왔습니다.


북의 여인 최을숙. 강산의 엄마.

남의 여인 이혜숙. 산하의 엄마.


체제가 다르지만 을숙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질 만큼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입니다.

혜숙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엄마를 닮은 딸 산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입니다.


수령님 80해 생신에 바칠 호텔 건설현장에서 아들 강산을 잃은 엄마 을숙.

강남 8학군의 현실과 화가의 꿈 사이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가다 성수대교 붕괴로 딸 산하를 잃은 엄마 혜숙.


혜숙은 하나님을 향해 절규하고, 을숙은 수령님을 향해 절규합니다.


공산주의는 탈색된 기독교라고 했던가요.

불합리하고 실수와 모순으로 가득찬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옭죄는 무오류의 절대자. 그 겹치는 캐릭터를 드러내는 남과 북의 이야기는 강물로 흐릅니다.


왜 하나님은 아무 죄 없는 내 딸을 죽게했나요?

왜 하나님은 그 전에, 성수대교 부실공사를 하는 업자들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나요?

그 전에 하나님은 그 귀한 아이를 왜 하필이면 내게로 보냈나요...


절규로 메아리치던 무대가 고요해지면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슈베르트의 기도문을 연주합니다.


서강대 메리홀을 나서니 예수가 두 팔을 벌리며 내려다 봅니다.

왜 그러시는거죠?


질문이 많은 백성이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뜬금이 없는 봄비가 추적추적 빗물을 뿌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도을단상> 갈라디아서~빌레몬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