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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19. 2024

<도을단상> 462. 햄릿 공주

인지부조화의 강

<도을단상> 462. 햄릿 공주


인지부조화의 강.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햄릿이 올랐네요. 특이하게도 햄릿이 왕자가 아닌 공주로, 오필리어가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등장합니다.


원작에 충실한 햄릿을 2번 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햄릿을 국립극단의 작품으로 국립극장에서 보는 기쁨을 상상하며 차를 끌고 왔다가 지옥같은 교통상황때문에 7시 30분 막이 오를 때 겨우 스릴있고 기깔나게 착석!


여성의 세기인 21세기에 걸맞게 햄릿은 공주가 되어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특이하게 무대 중앙의 대부분의 면적을 물이 차지합니다. 연못인지, 호수인지, 강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그 물웅덩이가 마치 제게는 강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버지 선왕 햄릿을 필두로 죽은 모든 이들이 피안으로 건너가는 모습을 표현할 때는 요단강으로.

햄릿이 영국에서 살아 덴마크 왕궁으로 숨어드는 결단의 순간에는 루비콘강으로.

비극에 어울리게 가해자, 피해자도 없이 시대와 장소와 관계없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반복되는 역사를 바라볼 때는 망각으로 흐르는 레테의 강으로..


햄릿 공주가 오필리어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원작의 대사 그대로 '수녀원으로 가시오, 결혼하지 말고 수녀원으로 가시오'라고 말하는 대사에서는 각색의 게으름이 느껴졌습니다. 남자인 오필리어에게 수녀원으로 가라니...수도원으로 가라고 하면 될 것을..


햄릿 공주에게 하는 모든 욕설에 년이 아니라 새끼가 붙더군요.

가짜 성기를 달고 남성이고파 하는 여성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해석되지 말기를 소망하며 명동의 수 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지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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