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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20. 2024

자작시 해넘이

낙조도 일몰도 아닌 해넘이

[도을단상] 시 쓰는 컨설턴트

해넘이

글쎄 나는
어인 일로 여기까지 왔을까?
누구랄 것도 없이
왈칵 쏟는 그리움에 주저 앉으면
흔들리되 미더웠던 잎새가 지고
찬물이 닿은 발가락  물멍을 깨운다.

왔다고 아주 머물 일은 아니라는 듯
허위허위 나를 위해 부서진 햇살들
그 긴 미련의 꼬리를 흘리면서
그 깊은 상처를 물들이면서
느려도 따박따박 앞으로 나아감은.

간다고 아주 갈 일은 아니라는 듯
뉘엇뉘엇 질질 끌며 가는 발걸음
올 때처럼 어두운 사위를 헤집으면서
감아 안았을 때의 온기를 남기면서
번지듯 못 넘는듯 능선에 매달려 울음은.

와도 아주 오지는 말라던 이 있었나.
가도 아주 가지는 말라던 이 있었나.
흔들리되 미더웠던 잎새가 지고
글쎄 나는
어인 일로 이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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