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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May 07. 2016

나는 흐리멍텅한 30대 여자

회색빛 옷을 입고 구름 가득한 하늘 위에서 헤매고 있는 서른 중반

'흐리멍텅한'이 '흐리멍덩한'의 북한어임을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 처음 알았다.

하지만 '흐리멍텅한'이 주는 느낌을 '흐리멍덩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콕콕 집어내던 맟춤법 검사를 종료해버리고 '흐리멍텅한'을 고수하기로 했다.

성격 때문일까 나이 때문일까, 요즘 자꾸 나이에 집착한다.



어느덧, 4월.

2016년.

삼십 대 중반.

미혼.

회사원.



현재의 내 모습.

지난 일주일 동안 회사에서 책상에 앉아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해보았지만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그저 책상에 앉아 '시장 조사', '현황 파악' 등의 명목 아래 웹서핑만 했을 뿐.

디스크 드라이브에 쌓여가야 하는 자료들은 흔적도 없고, 손목에 터널 증후군만 선물하며 그저 멍하니 근무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획'업무 때문일까.

그동안 해왔던,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업무들이 있었던, 일과는 다른 (나는 잘 모르겠는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는 이런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지난주에 깨달았다.



기획서 잘 쓰는 법


기획서 잘 쓰는 법만 주야장천 검색해보고, 책이라도 사서 읽어야 하나 싶어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고 있다.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제안서가 한 달 내내 나를 괴롭히고 있는데, 아직도 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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