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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리 Jun 10. 2022

자주 반가운 생선

봐도 봐도 그리운 


어머니와 고등어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어릴 적 엄마가 고등어를 구워주는 날이면 밥 두 공기는 거뜬히 해치웠다. 

엄마는 연탄불에 '지글지글' 막 구워낸 고등어를 밥상에 올망졸망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는 자식 세명의 밥그릇에 연신 올려주셨다. 그 당시 고등어 반찬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살림살이에도 큰 부담 없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셨으리라. 엄마의 속내야 알리 없던 철부지에게 고등어구이는 그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비릿한 고소함과 입안 가득 느껴지는 풍성함이었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은 추억 그 이상이 된다. 그것은 입맛과 뇌와 마음에 각인되어 죽는 날까지 따라다닌다. 


아프면 생각나는 파송송 넣어 뚝배기로 올려주던 '계란찜'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파고들 땐 멸치국물로 시원하게 끓여 내는 '김칫국'

고단한 퇴근길엔 신문지 깔고 두툼하게 구워 주셨던 '계란 카스테라'

한여름 방바닥에 누워있음 생각나는 '얼음 동동 미숫가루'


메뉴는 지각각 일지나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다.

모두 엄마의 기억이고 엄마의 손맛이다. 

엄마가 음식을 통해 주었던 정서가 인생 내내 허기진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샘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몇 안 되는 결심을 한 것이 있는데, 그것 중 하나가 가급적 집밥을 해 먹이자였다. 

그것이 결국 아이의 인생에 빈틈이 생길 때마다 얼마나 따듯하게 채워줄지를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쌩쑌 주세요~!"라고 한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의 최애 반찬중 하나인 생선을 하루가 멀다 하고 아침마다 굽는다. 

손 큰 건 고쳐지지 않는다

생선구이는 몇 가지 고충이 있는데, 남편은 다른 집은 들어가면 향기가 나는데, 우리 집은 현관부터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내심 불만을 표현하였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오븐에도 구워보고, 에어 프라이기도 써보고, 기름종이에 덮어서 구워보았으나 기름에 '지글지글' 굽는 것과는 맛의 차이가 현격하여 그냥 환풍기와 공기청청기를 최강으로 틀고 '지글지글' 거리며 굽기로 했다.  나 역시 아메리칸식으로다가 식빵과 과일, 우유 정도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면 아침시간이 얼마나 여유로워지겠냐만은 평소 밥 잘 안 먹는 아이가 눈뜨자마자 "쌩쑌"을 찾는 이상 그것을 거부할 도리는 없다.

또한 출산 여파인지 (그러기엔 너무 오래 회복이 안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눈이 너무 침침해서 생선 가시를 바르는 일이 엄청난 집중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 되었다. 특히 굴비 같이 가시가 작고 가는 경우는 더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어찌 되었던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내놓은 생선을 아이는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다. 

먹는 모습이 하도 이뻐서 흐뭇하게 쳐다보다 '맛있어? 생선이 왜 맛있어?'라고 물어보지만 그것을 설명할 정도의 개월 수가 아직 아니라, 아이로부터 명쾌한 대답을 듣기는 어려우나 어림잡아 멋대로 유추하자면, 뭔가 짭쪼롬하니 고소하고 질기지 않는 식감이 좋은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가 크면 여기에 엄마가 침침한 눈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가시를 발라내며 생선살을 올려주던 기억이 추가되어 마음에 남아 있겠지.




나는 오늘도 생선을 굽는다. 

집안에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엄마가 굽고 있구나' 하고 단박에 눈치채겠지. 

누군가를 위해 밥을 한다는 것은 시간과 생각과 마음을 쏟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집밥이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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