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동 나나 Aug 20. 2024

코나 커피와 뉴믹스커피

B급 감성의 성공


 100% 코나 커피를 주문했다. 브런치에 실린 매직 작가님의 글을 읽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귀가 얇은 나는 하와이 코나 커피가 세계 3대 프리미엄중의 하나라는 말에 솔깃하여 그 비싼 것을 샀다. 198 gm에 55,000원이다. 스타벅스 원두에 비하면 5배 정도가 비싼 거다. 하와이를 가지 않고 하와이 원두를 먹어 볼 수 있는 요즘 환경에 감사하며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 준 코나 커피를 마신다.






     <내가 산 코나 커피>





기대를 하고 숨을 참았다가 깊이 숨을 마시며 냄새를 느껴본다. 부드러운 냄새다. 다음은 한 모금을 입에 물고 와인 테스팅을 하듯 코로 숨을 쉬며 향기를 느끼며 삼킨다. 향의 종류는 모르겠고 맛은 부드러우며 뒷 맛이 약간 달다. 미디엄 로스트라 고소한 맛이 적다. 하긴 내가 커피 맛을 얼마나 안다고, 또 커피가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한 것일까? 커피가 커피 맛이지. 하지만 나 아닌 다른 한국 사람의 커피 사랑은 지극 정성이다.





 2023년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전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다. 커피 체인의 종주국인 미국보다  80잔 이상 많은 커피를 소비했다.

우리의 커피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각성제가 필요한 사회를 살고 있어서 인지, 커피의 향이나 맛에 끌리는 것인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필요하고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일반화된 것인지, 아니면 커피를 손에 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다니는 문화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한다.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커피를 더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과 나는 나이가 들어 시간이 많다. 우리는 원두를 사서 집에서 볶기도 하고, 볶아진 원두를 사서 수동으로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이른 아침 거실에 나오면 커피 냄새가 마지막 잠을 깨운다.


 내려 먹는 커피가 여유라면 타서 먹는 믹스커피는 실용이다. 연간 60억 잔이 팔리고 있단다. 우리는 커피만 먹고사는 것 같다. 달콤, 향긋, 고소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모든 한국 사람의 입맛이 똑같을 수 있으며 아니 믹스커피가 우리의 입맛을 똑같이 만든다고 생각했다. 개성이 없어서 전 국민이 같은 레시피의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무언가 사면 따라 사야 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생각지도 않고 따라 하는 문화가 믹스커피를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판단이나 취향이 없는 우리 민족이라고 비난하며 나도 믹스커피를 마셨다. 요즘은 변수가 생겼다. 어떤 기술인지 몰라도 우리는 믹스커피의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인의 특이한 섬세함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믹스커피봉지의 끝 어디를 쥐느냐에 따라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봉투에 남겨진 것을 쏟아보면 설탕과 커피 몇 알이 보일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신기 방기한 기술이다.






"커피는 원래 타 먹는 거야"라며 시대를 거스르는 분이 있다. 배민의 김봉진 전 의장이다. 최근 ‘뉴 믹스커피’를 개발하여 성수동에 테이크 아웃 커피 점을 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입맛이 된 믹스커피 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참 간단한 아이디어다. 인기 있는 상품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맞게 멋진 인테리어를 하고 세련된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담아주고  도너스같이 생긴 오란다도 일회용 컵에 담아준다. 건빵도 있단다.





 왜 나는 배민의 아이디어를 보면 무릎을 치는 것일까?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니 기사가 나는 것이겠지. 나는 배민의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더 이상 배민이 한국 회사가 아니지만 배민의 처음 정신을 사랑한다. ‘배민 다움’은 고유 명사이다.






 하와이 코나 커피를 마시며 뉴믹스커피 기사를 보았다. 비싼 코나 커피 맛이 사라질 만큼 뉴믹스 커피의 아이디어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유행을 따라 하기 바쁜 나와 유행을 자기 것으로 개발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 국민을 같은 입맛으로 만든다고 비난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믹스커피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 발전시켜 새로운 사업으로 키우는 사람이 있다.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만드는 방법, 남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친절,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천천히 움직일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싶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내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성향이나 요구를  알아야 한다. 내가 발전시킬 수 있는 내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기대를 해본다. 오늘 아침 내가  마시고 있는 비싼 코나 커피가 내 뇌를 깨워 줄 것이라는.  

매거진의 이전글 향기의 배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