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에서 런던으로, 영국 일정 마무리.
영국에서의 전체적인 일정을 세세하게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리버풀 구단의 홈구장인 안필드도 봤고, 심지어 직접 관람이라는 소원의 최대치를 달성했기 때문에 바로 런던으로 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왠지 리버풀의 바다가 더 보고 싶어서 하루를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중간에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혼자 떠난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그리고 근처에 있는 바다로 향했다. 걸어서도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바다가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몸은 몸대로 붓고 마음은 마음대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바다를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과 함께 마음속에 있던 불안이 조금씩 사라졌다. 어디에서 가도 바다는 무언가 나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철썩철썩하는 반복적인 파도 소리가 내 마음속에서 똑같이 울려와 마음의 불안을 쓸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본 풍경이 좋아 저절로 카메라를 찍게 되기도 했다. 이 날의 하루는 여행이면서 동시에 쉬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에 오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피시 앤 칩스를 먹으러 가는데, 예고도 없이 비가 내렸다. 영국에 있을 때는 이런 날씨들이 반복되었는데, 평소에는 흐릿한 날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게 비가 내리다 그치니 영국 하늘을 통해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어디에서 보든 무지개는 똑같이 보였다. 괜스레 무지개를 보고 있자니 집 생각이 났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여행.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 중 집이 그리워지는 것은 하나의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다. 특히 이 날은 마치 영국의 날씨처럼 내 마음도 흐릿해졌다가 소나기가 내리고, 짧게나마 해도 떴던 그런 날이었다.
다시 피시 앤 칩스로 돌아와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음식의 구성은 생선 튀김, 감자튀김, 자그마한 완두콩 요리가 나왔다. 애초에 나는 어지간하면 맛없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피시 앤 칩스 또한 내게는 먹기 무난한 음식이었다. 영국에 오기 전에 영국 음식은 특이하다고 들었는데, 피시 앤 칩스는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소금을 뿌릴 수 있었고 케첩 같은 소스도 비치되어 있어 좋았다.
바다도 보고, 리버풀 기념품도 구입하며 리버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서 쓰리심이 터지지 않는 건 덤과 같은...
런던에 와서는 근처를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영국에서 정한 일정에 더 이상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를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타워 브리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화려하기도 했고, 런던에서 찍은 사진 중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여행을 정리하며 생각하니 역시 사진만큼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나오겠지만 뭐든 미리 대비하는 습관은 정말 필요한 습관인 것 같다.
런던에서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일정을 마치고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아, 영국이여. 다음에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너무나 오랜만에 여행기를 쓰면서 확인해보니 리버풀 여행기를 쓰고 근 1년 만에 다시 쓰게 되었네요..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2년 반, 그러나 여행기는 이제 영국을 마치고 스페인을 향합니다. 아직도 마음이 그곳에 머물러 못 떠나고만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굿바이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현실로 돌아와 충실하게 살면서 다시 다음 여행을 꿈꾸며 살고 싶어 집니다. 반드시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