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로 갈 수 있는 유스턴 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리버풀행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매표소 직원이 자꾸 리턴행 표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 '나는 오늘 돌아올 생각이 없는데, 왜 자꾸 리턴행 표를 권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거절했다. 그런데도 리턴행 표를 끊어주려고 하길래 다시 확인해보니 정해진 기간 동안 런던으로돌아올 때 사용할 수 있는 표였다. 그 순간 매표소 직원한테 고마우면서도 내 영어 실력에 무안해졌다.
리버풀행 기차를 타고서...
무사히 리버풀행 기차에 탑승했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가는데 진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마을의 풍경(특유의 건물들과 농사를 짓는 땅 등등)에 진짜 유럽에 왔구나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 기차를 타고나서부터 터지지 않는 3 sim에는 기분이 나빠졌다. 경유 역을 지날 때 잠시 이용이 가능할 뿐, 이동 중에는 터지지 않았다... 풍경 감상과 밀렸던 편지, 정리가 덜 된 일기장 등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정말 기대했던 도시, 리버풀! 드디어 도착했다!
리버풀에 도착하다!
리버풀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리버풀을 이렇게 기대했던 이유를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처음 시작은 축구팀이었다. 학창 시절에 간혹 학원이 끝나면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려 오락실을 가곤 했다. 가장 자주 했던 게임이 위닝일레븐이었는데 그전까지는 해외 축구팀들에 관심이 많지 않았기에, 팀들을 많이 모르는 상태였다. 친구들이 맨유에, 첼시, 아스널 등등 여러 유명 팀들을 고르기에 나는 자연스레 남은 리버풀(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 당시 빅 4(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을 시작으로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리버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생 시절. 리버풀을 좋아하던 친구 한 명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면 가끔 경기를 봤던 것 같다. 그렇게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쌓아왔다. 그 애정이 낭만이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글의 주제와 동떨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여행기를 쓰면서 어쩐지 써야 될 글을 더 쌓아두게 되는 것만 같다...)
출처 = 리버풀 트위터
리버풀의 숙소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분위기부터 방에 같이 머무른 친구들까지. 가장 먼저 만난 친구는 인도에서 리버풀 대학교에 항해술을 배우러 온 쓰리럼이라는 친구였는데, 먼저 말을 걸어줘서 드문드문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짐을 풀자마자 기대하고 기대했던 안필드(리버풀 홈 경기장)로 향했다. 드디어 콥으로써 꿈꿔왔던 리버풀에 도착했다. 그 순간의 감격이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황홀함이었다. 단지 그 황홀함 속에서도 우연하게 여행 일정 사이에 들어와 있는 리버풀 경기일정이 마음에 걸렸다. 의도치 않았는데 리버풀 맨시티의 경기가 리버풀 일정 안에 들어 있었고, 그 경기가 바로 다음 날이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방에 있는 친구들이 더 늘어나 있었는데 대부분 미리 표를 예매해서 내일 경기를 보러 온 친구들이었다.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 그중에서 아까 인도인 친구, 쓰리럼과 아일랜드 친구가 술을 마시자고 이야기해서 잠시 아주 잠시 고민을 하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 같이 나갔다. 처음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그냥 즐기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때 신기한 경험을 하나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했는데 손을 씻으니 휴지를 주며 팁을 받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에서 본듯한 그런 장면!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내부자들의 한 장면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인생 처음으로 담배를 경험했는데 그게 또 물담배인 시샤였다.(어찌 이리 신비한 경험만 하는지;;) 둘만 피라고 했는데 권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동하기도 해서 몇 번 하게 되었다. 살짝 과일향이 나기는 했지만 '내 인생에서 담배는 필요 없겠다.'라는 확고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경기에 대해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일찍 일어나 안필드로 향했다. 매표소로 갔지만 내 앞 4명 정도에서 남은 표가 동났다. 계속해서 주변을 서성이다 점심을 먹고 되돌아와서 다시 서성였다. 하루 일정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놓치면 너무 아쉽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영국 분이 말을 걸었고, 속으로는 암표겠구나 싶었다. 가격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는 생각에 구매해서 입장을 했다. 입구에서 확인까지 마치고서야 진짜 고대하고 고대하던 안필드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앞자리에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4대 3...!
맨시티와의 경기를 이겼고, 현장의 분위기는 텔레비전으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두근거림을 주었다.
경기가 끝나고서도 남은 여운에 한참을 기다려 집으로 귀가하는 선수들의 모습까지 눈에 담고 숙소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가장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만 같기도 해 살짝 아쉽다는 생각도 드네요... 좀 더 깔끔하게 전달하면 좋으련만...
영국에서의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부족함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