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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훈 Apr 20. 2016

런던의 추억

나는 해외여행을 적게 다닌 편은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중국, 태국, 라오스, 필리핀을 다녀보았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유럽은 딱 한 군데를 가보았다. 2007년 영국 유학생들을 2주 간 만나고 온 기억이 있다. 일년에도 몇 번씩 해외를 제 집 드나들 듯 다니는 분들에게는 참으로 가소로운 기억일 수 있으나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때의 여운은 여전히 남은 듯 하다.


실은 많은 곳을 가 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가보는 웨스터민스터 사원, 런던 아이, 런던 브릿지, 몇 곳의 가든, 대영도서관, 옥스퍼드, 퀸의 동상이 있는 we will rock you 극장 앞, 그리고 노팅 힐..써내려가다보니 꽤 많이 다닌 듯 하나, 다른 일정 탓에 시간이 많지 않아 거의 훑고 지나간 듯 하다.


비가 오는 날 런던 시가지 중심지에 있던 버진 레코드 점에 들어갔다가 Coldplay의 X&Y를 듣고 전율에 빠졌던 기억도 난다. 나는 참고로 뮤지션으로서 Coldplay나 Keane, 그리고 여러 영국 출신의 그룹들을 아주 좋아하였다. 특유의 우울하고 사색적인 측면이 나의 개인적 성향과도 잘 맞는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아주 속도가 느리지만 수 많은 오랜 세월의 정보가 잘 축적되어 있는 나라라는 평가가 그들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듯 했다. 예를 들면 내가 머물렀던 곳은 런던의 외곽인 윔블던이었는데, 작은 마을에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극장과 새로운 업종의 건물들이 아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음이 속도를 늦춤으로 변화와 계승, 그리고 배제와 포용의 적절한 균형이 잘 어우러진 문화가 부러웠다.

조금만 낡으면 바로 손을 대거나 바꿔버리는 문화에 늘 추억을 강제로 잊어버려야 하는 우리네 문화와는 다른 듯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국에서도 강남보다는 종로나 광화문, 그리고 삼청동을 훨씬 더 좋아한다.

나의 음악도 미래보다는 과거를 먹고 아련함을 이야기하는 데 조금 더 능숙하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나아감은 속도는 떨어질 수 있으나 오히려 더 신중하고 정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한편 엇나간 듯 보이지만, 내게 런던의 추억은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이나 멋진 자연이 아니라 스쳐 지나는 것 조차 간직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정립하는 그들의 정신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한편 빠르게 살고 싶으나 조금 더 기우는 마음으로는 조금은 느리고 깊게 살고 싶다.

바쁜 일상 탓에 무언가를 진득허니 들여다보며 사색하는 시간이 한편으로는 그립다.

바람이 스치듯 훑고 지나가는 시대 정신들 속에서 흘러 지나가 쓰러져 버린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 주고 돌아보며 사람들의 뒤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이야기꾼이고 싶다.


언젠가 꼭 한번 다시 들르고 싶다. 그 떄 런던 브릿지 위에서 만난 두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실까? 할아버지들과 노래를 같이 하고 싶어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를 부탁드렸는데, 노래의 음을 너무 높게 잡으셔서 기대하고 몰려든 이들앞에서 창피를 당했던 기억조차도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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