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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Oct 12. 2022

카페의 분위기가 시간에 미치는 영향.

내 동네에서 맛보는 카페 에세이

 추억의 색깔은 따스한 주황빛이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우리들은 따스한 주황빛 아래 추억을 회상했다. 중학교 때의 추억과 고등학교 때의 추억 그리고 그때와 달라진 것들을 얘기하며 우리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이 카페에서의 시간이 특별했던 이유는 우리의 추억과 카페의 분위기가 같은 색깔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군대라는 시간 속에 유실된 인연 중에 특히 아쉬웠던 친구였다. 우연한 계기 로 친구와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하고 식사를 한 뒤 카페거리로 갔다. 저녁 약속이었기 때문에 밥 먹고 나니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area'라는 카페를 들어갔다. 수많은 카페 중에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일상의 틈같이 자리 잡은 카페의 위치였다.


 지하에 위치했지만 폐쇄적이지 않고 밖에서도 카페의 모든 공간이 보이게 설계를 했다. 우리는 그 공간을 계단 사이의 틈으로 엿볼 수 있다. 내 발밑에 화려한 샹들리에와 백열전구 빛이 아른거린다. 그것들이 밤의 어둠을 살며시 밀어내며 음영의 조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시간마저도 음미할 그 공간에 들어갔다.


 나는 수박주스를 주문 했다. 다 큰 성인이지만 커피보단 아직 주스였고 주스보단 술이었다. 내 친구는 올드 라스푸틴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시켰다. 오랜만에 만나는 3명의 모임은 곧 추억 속에 물들었고 이야기꽃을 활짝 피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의 권력자였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는 결국 몰락해서 죽었고 그의 성기는 박제 당했다. 종교인이었던 그가 욕망의 상징인 성기가 박제 당했다니 아이러니하다. 맥주를 잔에 따르자 밤바다를 담아온 것 같은 진한 검은색이 흘러나왔다. 한 모금을 마시니 볶은 커피향이 내 미간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내 감미로운 초콜릿 향으로 변했다. 악마가 유혹을 위해 음료를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수박 주스는 이제껏 마셔본 수박 주스 중에 가장 맛있었다. 수박의 가장 안쪽의 과육의 맛을 살려낸 것 같았다. 수박은 껍질과 가까워질수록 당도가 떨어진다. 이 수박주스는 수박의 과육만을 모아 만든 것 같았다. 티클 모아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재현했다. 나는 이 달콤함 덕분에 몸과 마음의 긴장을 모두 풀고 편안한 상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중학교 동창이였던 우리는 학창 시절 얘기를 쉴새 없이 떠들어댔다. 성인이 돼서 추억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교복 좀 입는다고 의젓한줄 알았던 우리가 알고보니 우스꽝 스러운 사람들이였다는 기억뿐이였다.  그때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성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이젠 직접 번 돈으로 알코올과 함께 밤의 분위기를 즐길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땐 어른이 된 자기 모습을 많이 상상했을것이다. 그 답이 지금 우리라니..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느꼈다.



 이젠 각자의 길을 살더라도, 이 공간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그때 우리를 떠올릴수 있을것 같다. 


시간은 추억을 불러오고 공간은 느낌을 불러오니, 변하지 않는 공간만 있다면, 시간 역시 그대로 간직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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