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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나물 봄동이 Apr 30. 2022

3.책나물의 첫 책, 추천사 이야기

김정숙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추천사


십 년 동안 편집자로 일한 뒤 퇴사하여 차린 1인출판사 책나물. 책나물은 첫 책으로 엄마의 시집을 출간했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시를 써왔고, 2020년에는 등단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책을 출간해야지, 생각하고 나니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내면서 편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겼다. 결국 나는 이렇게 1인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자가 되었지. 


첫 책을 준비하면서 나는 뒤표지에 ‘추천사’를 넣어야지, 생각했다. 독자로서는 추천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안 좋아하기도 한다(모순적인 표현 좋아하는 편..ㅎㅎ).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사에 끌려 책을 사게 되기도 했지만, 좋은 책은 좋은 책대로(그냥 책에 대한 카피면 충분하지, 작가 아닌 다른 사람의 추천사가 돋보이는 게 좋은 걸까 싶은 마음?), 별로인 책은 별로인 책대로(별로인데, 추천사가 과했군 하는 마음?) 추천사에 대해 갸웃하는 마음일 때도 있었다. 편집자로서는 추천사를 그다지 선호하진 않았다. 뒤표지에 자리 잡는 문구들은 편집자의 영역이라 내 일을 남에게 미루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책과 잘 어울리는 분을 섭외해서 추천사를 부탁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라 또 다른 일이 늘어나는 느낌이기도 했으니까. 사실 출판사 업무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추천사를 진행하면 그만큼의 시간이 더 소요되기에 그냥 패스(?)한 면이 제일 큰 듯하지만. 암튼 그래서 추천사를 진행한 경험이 많지 않았음.


엄마가 쓴 시는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중 엄마가 고르고 그걸 또 내가 나름대로 분류하고 배치했다. 그걸 세 사람(이 세 분에 대해서도 조만간 여기 써봐야겠다)에게 읽어봐달라고 요청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소정의(여러분, 그거 아시는지? 소정은 적은 금액을 뜻하는 거 아니고 ‘정해진 바’를 뜻하는 거라는 거.. ‘작을/적을 소’ 아니에요... 물론 난 적은 금액을 드리긴 했지만ㅎㅎ) 비용을 드리고


나는 엄마의 시를 너무 오래 봐왔고 원고로 만들면서도 또 많이 봐와서.. 나는 정말 이 시들이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궁금했고, 너무 원고에만 빠져 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다행히 세 분도 시들이 좋다며 귀한 의견들을 주어서 다시 한번 원고를 조금 보강했고 그 과정에서 삭제되는 시도 추가되는 시도 있었다.


편집자이면서 또 딸인 내가 쓰는 카피보다는, 실제 시를 쓰는 시인의 추천사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편집자의 일인 뒤표지 카피 쓰기를 다른 사람에게 미루었군!’ 생각된다면... 네, 맞습니다ㅎㅎ 그치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나는 추천사가 이 책을 더 빛나게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한 거니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모 시인님께 나와 책나물과 엄마의 이야기와 시집 원고를 첨부해 기나긴 메일을 보냈다. 언제나 문제는 돈이지. 원고료가 고민이었는데, 가급적 외부와 일을 진행할 때 돈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미리 말하기로 다짐한 터라 첫 메일에 말씀드려야지 했지만, 추천사 진행 경험이 그리 많지 않고 알아본 바로도 비용이 너무나 ‘케바케’라서... 그렇다고 막 많이 드리기엔 쉽지 않은 현실이라서... 나름대로 생각한 고료를 적었더랬다. 


며칠 뒤, 떨리는 마음으로 시인님의 답장을 받았다. 응원의 말씀과 함께하고 싶다고 해주셔서! 넘 좋았다! 그러면서 원고료가 많은 것 같으니 더 적게 받으시겠다고까지ㅠㅠ 많다고 해주셔서 실례되는 말 아니었단 생각에 다행이다 싶었고, 더 적게 받겠다는 시인님의 말씀에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 


책나물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조금씩조금씩 기부해나가려는 마음인데, 적은 금액이나마 1쇄 소진할 때마다 좋은 곳에 나누려고 다짐했는데, 그래서 시인님께도 내가 원래 예정했던 금액보다 조금 적게 드리고 추후 1쇄 소진 후 기부할 때 보태겠다고 했다! 그러니 여러분, 책나물의 책을 사면 좋은 일에도 보탬이 되는 거랍니다ㅎㅎ(물론 1쇄가 소진되어야 기부 가능.. 그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ㅠㅠ)


며칠이 지나 추천사가 왔는데! 아, 넘 좋아서 울컥...! 이렇게 멋지고 감사한 시인님이 누구냐고? 바로 시집 <책기둥>과 에세이 <일기시대>를 쓰고, 소설집 <하품의 언덕>까지 출간한 문보영 시인님!! 두둥!!! 이번에 추천사 주고받으면서 시인님의 더욱팬(?)이 되었다ㅎㅎ


추천사와 함께 보내주신 메일에서 “3매가 정말 짧은 분량이더라고요..! 좋아한다는 말을 짧게 꾹꾹 눌러써야 했답니다.” 해주신 말씀이 또 내게는 기분 좋은 격려이자 힘이 되었다! 딸이자 편집자인 봄동이와 엄마이자 시인인 김정숙의 첫 프로젝트, 그 출발에 마음 나눠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



문보영 시인님의 추천사 전문. 


시인의 시선은 낮은 곳을 향한다. “엎드릴수록 짙은 흙냄새를 맡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시인, 손톱 밑의 어둠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인. 시인은 화려함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에 오래 머문다. “옷자락에 밥알이 묻은 생은 누추해도 편안하다”는 시인의 고백은 그 자체로 시가 아닌가. 나아가 그녀의 시는 상상력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아이를 낳는 나무와 물로 만들어진 아이들, 운동장이 된 방의 이야기. 이 시집을 읽으며 그녀의 솔직함에, 상상력에,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넉넉하고 강인한 마음에 놀란다. 이 시집은 세상의 기준을 허물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물을, 세상을 본다. 따라서 그녀의 시에서 안과 밖, 흔들림과 멈춤, 후생과 전생, 강함과 부드러움은 서로 반대편에 놓이는 대신 커다란 강줄기처럼 하나로 흘러간다. 그리고 시의 강줄기는 언제나 우리의 삶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을 껴안고 흐르는 우리의 삶에서 결국 슬픔과 웃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이 둘은 사실 서로를 힘껏 껴안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묻는 듯하다. 그것이 그녀가 말한 “환한 어둠”의 정체가 아닐까. 쓰러진 삶을 부드럽게 위로하는 이 시집에 오래도록 기대고 싶어진다. _문보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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