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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나물 봄동이 May 23. 2022

8. 편집자 143개월, 가장 좋았던 순간 베스트 5

쓰다 보니 길어져버린 어느 편집자의 TMI

제가 월급편집자(?) 생활을 130개월(출판사는 두 군데) 했고, 1인출판사 대표(=바로 저ㅋㅋ)에게 월급은 제대로 못 받으면서도 취향 맞는 원고(=책나물에서 내는 원고ㅋㅋ) 작업하느라 재밌어하는 편집자이자 프리랜서 편집자(외주 교정교열 아르바이트 거의 언제나 환영합니다) 생활을 13개월째 하고 있는데요. 편집자로 살았던 143개월 동안 ‘좋았던 순간 베스트 5’를 선정해보았습니다. 두구두구두구!



일단 ‘기타’부터 발표하자면... 



기타 :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방문 + 파리 여행, 김미월 작가님께 받은 답장 읽던 순간, 모 작가님께서 내 피드백 메일에 예리한 지적들에 놀랐다며 보내온 감탄의 메일을 읽던 순간(등에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었음!ㅎㅎ 그치만 책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또르르...), 담당했던 책 종합베스트셀러 1위했을 때, 지친 나를 기운 나게 해주는 메일을 자주 써주셨던 모 작가님과의 추억들(제가 집에도 방문한 몇 안 되는 작가님!), 보도자료가 마음에 들었을 때(지난번 언젠가도 쓴 적 있지만 스스로도 마음에 들어 했던 보도자료는 단 한 편뿐입니다ㅋㅋㅋㅋ), 퇴사 안내 메일 혹은 퇴사 후 메일을 작가님(들)이 반겨주며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었을 때 등등.   




5위. 담당했던 소설 판권이 팔렸을 때, 기념한(?) 어떤 술자리. 

이런저런 영화 얘기 나누는 것도 재밌었고, 그날 처음 화요40도짜리를 마셨는데, 넘 맛있지 뭐예요. 뭔가 즐거웠던 한 장면 느낌! (이전이나 이후로도 영상화 판권이 팔린 적이 있지만 그날 술자리처럼 기억에 깊이 남지 않았던 것은, 결국 화요40의 유무 때문이었던 걸까요...ㅎㅎㅎ) (지금은 화요도 소주도... 그냥 술 자체를 별로 마시진 않게 되었지만ㅎㅎ 그땐 뭔가 평소와 다른 즐거움이 있었던 느낌적 느낌입니다ㅎㅎ)




4위. 좋아하는 배우에게 작가 섭외 메일을 보내고 거절 답장을 받았을 때.

맛깔스럽게 글을 잘 쓰는 걸 알았고 그분의 책이 나올 만도 한데 안 나와서, 그럼 내가 편집자로 만들고 싶다 해서, 팬심으로 구구절절 보낸 메일에 답장이 올 줄이야. 가을 출간을 목표로 책을 이미 쓰고 있다고 했고, 그분은 바로 박정민 배우님, 그해 가을 <쓸 만한 인간>이 출간되었지요. 겸손한 말씀 가득한 메일에 더더욱 팬이 되었답니다. 당시 지친 삶이었던 터라 박정민 배우님의 메일이 저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았기에ㅋㅋㅋㅋ 더욱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ㅎㅎㅎㅎ (그 후로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나 영화 GV 가서 박정민 배우님 본 적 여러 번인데, 막 인사하거나 사인 받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메일로만 구구절절, 현실에서 보면 그저 그냥 보고 혼자 좋아하고 마는 사람, 저요ㅋㅋㅋㅋ) 




3위. 2021년 퇴사할 때. 

저는 퇴사했던 출판사를 재입사해서 다니다가 작년에 퇴사한 건데요. 첫 퇴사 때는 ‘시원섭섭’이었는데 지난번 퇴사 때는 ‘그저 시원’이었어요. (사장님과 함께하던 분들께는 죄송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마스크 안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려 해서 참느라 혼났어요^^; (다 지금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ㅋㅋㅋㅋ) 뭐랄까, 그냥... 그동안 즐거웠지만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하는 마음? 나는 할 만큼 했고 지금은 후회도 미련도 없어요 그만 안녕~!, 이런 마음이었다고나 할까요. 퇴사를 마음먹기까지는 제법 괴로웠는데, 어느 순간 ‘퇴사와 창업’이 해답처럼 보이는 순간이 왔고, 그렇게 결정 내리고 나자 마음엔 평화와 웃음이 찾아왔습니다. 전 퇴사찬양론자(?)는 아니지만(실제로 퇴사하려다 말고 내부에서 함께하면서 더 즐거운 회사생활을 한 적도 있고요) 퇴사한 분들께는 어쩐지 축하의 말부터 먼저 나오네요ㅎㅎ





2위. 2015년 첫 퇴사 때. 

퇴사찬양론자 아니라고 위에 적었는데ㅋㅋㅋㅋ 2015년 오래 다니던 첫 출판사를 퇴사할 때가, 편집자 생활하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정말정말 좋았던 순간으로 남아 있어요. 아무런 계획도 없이 퇴사하는 거였는데, 응원과 격려를 너무 받아서 민망하고 고맙고 그랬었네요. 그동안 함께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어주었고 저마다 메시지를 남겨주어서 두고두고 간직하면서 가끔 보게 되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답니다. 이렇게 다정한 마음으로 선물을 전해준 동료 편집자가 퇴사할 때 나도 특별한 선물을 해주어야지, 했는데.... 네, 저는 그러진 못했습니다.....(급 반성 모드ㅋㅋㅋㅋ 그치만 지금도 종종 보니까 제가 더 돈 많이 벌면 맛난 거 많이 사주는 걸로 하려고요!ㅎㅎㅎ)



그렇다면,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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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언제나 지금! 

‘뭐야?’ 싶겠지만, 저의 진심입니다ㅋㅋㅋㅋ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요. ‘책나물’의 편집자로서 ‘언제나 지금’이 저의 좋은 순간이고, ‘지금 잡고 있는 원고’가 제일 좋아하는 원고이고 뭐 그렇습니다ㅋㅋㅋㅋ 예전 일은 잘 기억나지도 않고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제일 괴로웠던 순간 베스트 5’ 하는데 그때도 1위가 ‘언제나 지금’인 건 아니겠죠? 아, 아닙니다...ㅋㅋㅋㅋㅋ)

별것 아닌 주절거림인데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퇴사가 두 번이나 들어가서 뭔가 민망하지만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들과 좋게 마무리하는 순간을 좋아했던 걸로ㅋㅋㅋㅋ 


근데 저는 원래 책나물 인스타(@booknamul)에 글을 거의 매일 올리고 그중 몇 개를 골라서 이곳에 올리는데요. 이번 글은 쓰다 보니 넘 길어져서, 인스타에 올리기엔 안 될 듯하여 일단 브런치에 올립니다ㅋㅋㅋㅋ 유일하게 브런치에만 먼저 올라가는 글이겠네요ㅋㅋㅋㅋ 좀더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엔 올리든지 해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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