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Jan 31. 2024

정신적 과잉 활동가의 일상

나라서 다행이야!


감각 과민증을 가진 정신적 과잉 활동가


"감각 과민증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우울증의 위기를 여러 차례 겪은 후에도 잠재적이지만 강력하게 삶의 기쁨을 간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각이 과민한 사람은 한 줄기 서광이 비치기만 하면 언제라도 되살아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 크리스텔 프티콜랭,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어릴 적부터 소심해서 누군가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아이가 어느새 큰소리치며 수업을 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조금씩 세상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어나 그 작은 발로 자작거리며 물속에 뛰어들듯 나 또한 껍질을 깨고 조금씩 꿈틀대며 살고 있다.


내향성이라 혼자 에너지를 비축해야 다른 이들을 상대하며 따뜻한 기운을 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직관적이고 우뇌 성향이라 창의적이지만 체계적인 질서 속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때로 힘들다. 거기에 감각 과민증까지 있어 목에 꽉 끼는 옷은 불편해서 터틀넥을 선호하지만, 추위에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기어이 어릴 적부터 목티를 권유한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것은 잊어버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의 강이 흘러넘쳐 종종 버스에서 내릴 곳을 놓치기도 한다.


그런 나이기에 SNS 활동을 해도 누군가의 글귀나 사진을 보면 기분이나 상황을 금세 파악해서 본능적으로 긴 댓글을 남기거나 대화가 이어져 에너지를 소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뭔가를 주어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오지랖 발동. 최근 몇 달간 카드값은 한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이 많아서이다. 누군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만큼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에 쉽게 감동하고 어쩔 줄 모르기도 한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 화가가 전해준 봄날

화가 최승주 님의 선물 인증숏, 감사해요!^^

한 달 동안 전시회 일정으로 탈진한 화가 최승주 원장님과는 페친 사이이다. 그녀는 서울예고를 나와 독일 유학파인데 지금은 미술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그리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멀리서 가보지도 못하고 SNS에서 지켜보다 요즘 몸이 안 좋다는 정보 입수. 카페지기 인문학자로 활동하는 분에게 부탁드려 수제 생강청(쿠키는 서비스)을 보내드리니 인증숏을 올려주셨다.

예술가답게 사진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워 허락을 구하고 퍼왔다. 하얀 도자기 그릇에 놓인 쿠키와 일부러 꺼내 담은 단지 속 수제청이 그림의 질감과 원목의 따뜻함에 실려 마음까지 전해졌다.



첼로 연주자와 장칼국수

장흥에서 목회자의 아내로 동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김선미 사모님의 '장칼국수' 포스팅 사진! ^^

김선미 사모님도 페북 인연이다. 밤을 지새우며 문학 책을 읽을 정도로 책벌레이다. 지금은 건강이 조금 안 좋아 약을 드시고,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곳에 거주하고 계셔서 가끔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도 보내시는 듯하다.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시골 조그마한 교회에서 남편을 도와 동네 아이들에게 체르니까지 피아노를 가르쳐주실 만큼 열정적인 분이... 무농약 땅에 꽃씨를 뿌려 꽃차를 판매하여 그 돈으로 첼로 케이스를 샀다고 환하게 웃으시는 분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혼자만의 시간을 감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종종 댓글을 놀이 삼아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한 번은 장칼국수 사진을 올리셨기에 아직 먹어보지 못한 내가 후기를 요청했더니 정성스러운 포스팅으로 깜짝 선물을 주셨다. 그래서 허락을 구하고 이곳에 인용한다.


이런 순간이 행복이다. 무인도에서 자연인으로 사는 것은 나와 맞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영혼을 살아나게 하는 순간들이 행복의 수치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다 할지언정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마음이 담겨있다. 감각 과민증을 가진 정신적 과잉 활동가들이 우울의 늪을 지날지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도 마음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책에서 말한 대로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하고 감탄을 넘어 삶의 에너지가 급상승하는 경험. 그것은 특별한 능력이자 정신적 과잉 활동가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서 만끽하고 있다.


광안리 기상 캐스터(?)의 서재

은행에서 근무하는 어느 페친(T.Y. Jeong)분의 서재 한 장을 허락을 구하고 퍼왔다. 제 책도 감사하게 꽂혀 있네요!

사람에 부대끼고 쉽게 지치는 유형. 처음에는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결이 맞지 않거나 무례한 사람들을 대하면 에너지가 바로 소진된다. 단순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이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이러한 과정이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이라는 것. 감각 과민증을 가진 정신적 과잉 활동가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까다롭고 민감해 보이지만, 창의적이고 전체를 보기 때문에 때로 앞서갈 수 있다고 안심하라는 책의 문장이 안정감을 주었다.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데 만족하라.
그러면 자기 정체성의 공백은 그득하게 채워지고도 남을 것이다."
- 크리스텔 프티콜랭,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부자는 '신뢰 자본'이 많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