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재초점' 맞추기
진정한 자유, 무례한 사람 거부하기
페친들이 늘어나자 이런저런 유형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분별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느냐, 상대를 세워주느냐이다. 조용해 보이는 인상. 외국 유학까지 다녀와 저서까지 낸 것으로 꽤 점잖은 분일 거라 예상했다. 틀렸다. 살다 보면 자신의 예상과 빗나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굉장히 불쾌했다.
"서평 부탁드립니다!"
예의상 책을 사드릴까 고민하다, 책을 사겠다고 하니 사인본을 준단다. 거기까지는 뭐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책과 계좌를 보내겠단다. '네네, 입금해 드리죠' 하는 심정으로 배송료까지 더해 입금드렸는데, 저 말을 꺼내신다.
'아니, 이 사람이! 언제 나를 봤다고?'
어이 상실. 우체국 택배로 부쳤다, 도착했다고 한다-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는 불필요한 말을 문자로 보내더니 다음날도 일상을 보고하길래 바로 차단.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 분 좀 위험한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예의상 책을 사드린다면 감사하면 될 일이지, 무슨 시시콜콜한 말을 늘어놓는 것인지. 아무 사이도 아닌데 스토커처럼 보내는 문자는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지.
유학을 다녀왔든, 교수직에 있든... 도대체 그게 나랑 무슨 상관? 오랜만에 사람에 대한 피로도 상승.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좋은 관계로 가기 전 바로 끊어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으나,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던 사람에게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어 아찔한 기억에 행동 개시. 제발 좀 착각하지 마시라고요!
어느새 이벤트 여왕이 되다
그럼에도 종종 이벤트 여왕의 위치를 고수한다. 가족이나 제자들, 페친이나 지인들에게 넘치는 정을 쏟다 보니 과할 때가 있다. 타고난 성향이 친절한 편이고, 공감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그냥 넘길 일도 지나치지 못하고 내 일처럼 전전긍긍하다 보니 때로 호구에 가까운 이벤트 여왕이 되어버린다.
학원이나 주일학교에서도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족속이 보상이 있어야 마음이 동하는 존재들인지라... 동기부여 차원에서 내 돈 들여 보상의 의미로 선물을 해야 전진하는 측면이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다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 테지만, 몇몇은 마음으로 피드백을 해온다. 그러면 다시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어 서로 마음을 토해내며 조금 더 깊은 사이로 들어간다.
세월과 경험의 힘은 이런 것이다. 고난을 겪어본 이들은 안다. 상대의 호의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생애를 통해 고난이 만들어낸 선물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없잖아!
"자신의 자유를 찾는 행위가 타인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감을 높이고 안정감을 갖는다. 무뚝뚝한 태도나 공격적인 자세로 사람을 대하지도 않는다. 무례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끼어들어 통제하려는 시도를 언제든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웨인 다이어,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장원철 옮김, 스몰빅라이프, 2023
올해 나에게 주는 새해 선물로, 한 해를 잘 살아가라는 의미로 두 권의 책을 선물했다. 그중 한 권이 이 책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없다는 말 자체가 힐링이 된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끼어들어 통제하려는 무례한 사람들은 거부해야 마땅하다. 억지로 관계를 끌어가다가 어떤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 직감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빨리 눈치를 챌지도 모른다.
사람을 가려 사귀라는 말이 때에 따라 불평등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아무나 자신의 삶으로 끌어오다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혜롭게 구분해야 한다. 심리조종자인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양을 지닌 사람인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신을 먼저 드러내고자 애쓰는 사람인지, 상대방을 진정으로 세워주려고 하는 사람인지 판단하면 어느 정도 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긍정적 재초점'
인스타그램에 뜨는 피드 중 이런 글이 보였다.
"지금은 힘들어도 이것만 끝나면!" 상사가 갈구면 기분이 나쁘지만 퇴근 후 친구들과의 치맥을 생각하며 버팁니다. 이를 <긍정적 재초점>이라고 해요.
- 두잉피플 중에서
유튜브 채널 <세바시>에서 박재연 심리상담가의 영상을 시청한 후 재구성했다고 한다. 나도 저런 적이 많아 놀랐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두거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스스로에게 보상을 한다. '긍정적 재초점'은 다가올 무언가를 기대하며 인내하는 것이지만, 나 같은 경우는 반대로 미리 보상을 해서 마음을 안돈 시킨 후 피하고 싶은 현실과 직면한다. 순서랑 상관없이 '긍정적 재초점'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겠는가. 그래서 자신의 마음밭부터 살펴서 잡초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시시때때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마음을 크게 먹자! 우리 자신을 한 번 '찐'하게 사랑해 보자. 아파하지 않는지, 홀로 울고 있지 않는지. 무엇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어하는지 잘 살펴서 제대로 키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