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봄을 위하여
봄봄 시리즈
어느 순간 해마다 봄이 되기 전, '봄봄 시리즈'를 기다린다. 평소 굿즈에 지대한 관심이 많은 나는 벚꽃과 관련된 에디션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만날 때 예쁜 인덱스 필름을 붙이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봄봄 시리즈 오픈! 가봐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다이소행은 시작됐다.
작년 서울에서 사 온 모자를 우산 삼아, 흰머리 가림막 삼아 열심히 쓰고 다니는 어머니. 패션 센스가 넘쳐 다른 이들이 준 옷이나 저렴한 옷을 잘 코디하여 자신만의 멋으로 승화시키는 멋쟁이이다.
뒷모습이 멋스러워 몰래 찍었더니, 남의 엉덩이 마음대로 찍었다며 "돌아버리겠네!" 하지만... 예쁘다는 말을 좋아하는 천생 여자.
동생은 섬유향수, 어머니는 화장대 위 소품을 정리할 바구니. 봄봄 시리즈 고대해 온 나는 기대와 달리 고를 게 별로 없어서... 고심 끝에 봄봄 시리즈와 전혀 무관한 볼펜 하나와 마스킹테이프 하나 구입했다.
갈수록 품목을 정하기가 힘든 것인지, 예전 것보다 아쉬운 느낌이 자꾸 든다. 내년에는 필름 인덱스 부활시켜 주시길요! 우리들의 봄맞이는 봄봄 시리즈부터 시작되니까요.
프렌치토스트
영양 만점 달걀 풀어 따끈하게 구워내면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프렌치토스트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우유나 설탕을 추가해서 먹을 수도 있다. 페북을 여니, 아침부터 입맛 당기는 사진.
누가 짠 것처럼 이 사진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도 요리 중이다. 게다가 메뉴도 같다. 어제 사 온 식빵을 반으로 잘라 계란물에 풀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요리 끝!
만들기도 쉽고 보기에 군침 도는 초간단 식사, 바로 프렌치토스트이다.
오가는 빵 속에 깃든 사랑
다이소 다녀오는 길에 어머니는 빵집에도 꼭 들리자고 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종종 도움을 입는다. 조카가 다니는 학교에 지역 빵집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있나 보다. 빵집에서 반을 지원하고, 학교 예산에서 반을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빵을 구입할 수 있게 해 준 제도이다.
어머니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빵집에 빵을 타러(?) 갈 때마다 현금을 더 주고 다른 빵까지 구입했다. 기간이 지나 더 이상 빵을 타러 가지 않지만, 인사를 꼭 해야 한다며 설에 들어온 커다란 사과까지 미리 챙겨놓으셨다.
사장님도 좋으셨는지, 커피를 두 잔 준비하면서 패스오더를 통해 첫 주문 100원 결제 아메리카노 이벤트를 소개해준 뒤, 참여하란다. 아마 마음을 알아준 누군가로 인해 행복을 느낀 게 아닐까? 어머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사랑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통해 다시 한번 격려하고 싶으셨는지도... 오가는 빵 속에 사랑이 커진다. 흐뭇한 순간이었다. 그 가게에서 사 온 식빵으로 오늘 프렌치토스트를 맛보게 된 것이다. 귀한 마음이 스며든 식사였다. 그래서 맛있게, 감사한 마음으로 삼켰다.
우리들의 봄
지금 쓰고 있는 매거진은 고마운 이들의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일상에서 수집한 사진,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 스며있다. 이 매거진을 엮어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표지 디자이너는 예정돼 있다. 브런치 인연인 이화하하 작가님이 그 주인공이다. 브런치에서 처음 만나 프로필을 무료로 선물 받은 바 있다.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님으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라오스 단기 선교를 다녀와서 지인들과 손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한 작가님. 무료로 그림 선물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다. 물론 그전에 가까운 지역에 전시회가 열려 다녀와서 그림을 사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아 표지를 부탁드리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좋은 출판사가 연결되면 정중하게 제안드릴 것이고, 그게 어렵다면 내 돈을 들여서라도 사례하며 멋진 표지로 또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다. 그런 봄을, 우리들의 봄을 간절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