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먹이는 재미가 좋아서
"어머니, 몸이 그렇게 아픈데 일 좀 그만하세요."
얼마 전 동생네 집안을 청소한다고 바쁘게 움직이시더니 결국 몸살에 걸린 어머니. 한가위부터 음식 만드느라 하루 종일 부엌에 서서 일만 하신 어머니이다. 보는 나도 조마조마했다. 칠순이 지난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어머니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런데도 쉼 없이 반찬 만들고 날씨 추워진다고 이불 빨래하느라 세탁소 알바 후에도 쉬지 않았기에... 결국 사달이 났다.
물론 어머니 해주시는 대로 꼬박꼬박 받아만 먹는 딸들은 호강이나, 너무 사랑이 많은 어머니라 이제 걱정이 된다.
"그러다 병나겠어요!"
"자식들 맛있게 먹이는 재미가 좋아서 그렇지."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약국에서 지어온 약과 쌍화탕을 먹고 나아졌다며 오늘 아침에도 부침개를 부친다.
"비싼 파 넣은 부침개다."
어느 때는 음식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부엌에만 있는 어머니가 이해가 안 되었다. 자기 몸이 아프면 쉬면서 해야 하는데 저 정도로, 자기 몸이 탈이 날 정도로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그것은 어머니 사랑 못 따라가는 부족한 딸의 입장이다.
휴대전화를 들고 어머니께 다가가면, 한 마디 하신다.
"음식을 하지는 않고 사진만 찍냐?"
이것은 나만의 사랑법이자 어머니를 헤아리는 방식이다. 요리에 큰 관심이 없어 배우고 싶진 않지만, 먼 훗날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며 기념하기 위한 밑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제는 음식 사진 찍는 딸을 그러려니 하신다. 오늘은 부침개 부치는 소리를 'ASMR' 삼아 동영상도 찍었다.
'ASMR'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이라고 한단다. "시각적, 청력, 후각적 감지, 감촉, 미각 기관이라는 감지를 뇌에 직접 반영하여 마음의 충족과 평온 효능을 내는 심리 안정화 치료 방식"이라고 어느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어머니께 자신이 만든 음식이 내는 'ASMR'을 들려드리니 좋아하신다. 아이처럼 웃으신다.
"그거는 왜 찍는데?"
"이거요? 찍어야죠! 자식들 먹기 좋으라고 이렇게 준비하는 엄마가 흔한 건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며 사진을 찍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집에 갔다가 친구가 부엌에서 사과 하나와 칼을 가지고 와서 깎아 먹으라고 주던 것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문화 충격! 왜냐하면 지금까지 어머니는 손님이 오든 안 오든 집에서 과일은 직접 깎아 접시에 예쁘게 담아 주셨기 때문에 다 그러는 줄 알았던 것이다.
"예쁘게 깎아야 나중에 시집가서 예쁜 딸 낳는다."라고 말하던 친구의 우스갯소리를 뒤로 하고 놀란 마음으로 사과를 깎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식 입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자식이 맛있게 먹으면 너무 행복해서. 아직도 멈추지 못하고 쉼 없이 장 보고 손수 다듬고, 반찬 만들어 먹이는 어머니는 정말 사랑 가득한 천사가 분명하다. 자식과 손주들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 몸이 아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