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일을 잊는 법
"꽃이 환하니 사람도 환하고 세상도 환하다. 서러운 일은 잊을 수 있다."
-문태준,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중에서
시인이라 그럴 수 있다. 경치 좋은 제주에서 살아서 그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 일교차 커서 그런지 콜택시 기사님은 계속 기침 중! '마스크라도 하시지...' 속으로 집어삼키며 창밖에 보이는 햇살 가득한 풍경들. 나무는 역시 나무다. 기후 위기로 인한 풍경들을 이제 예측하기 힘든 시대. 단풍보다 아직도 여름인 양 푸른 잎사귀들 속에 가끔 들꽃 무리들이 스쳐간다.
오늘은 4개월에 한 번, 자궁근종 추적 관찰로 병원 가는 날이다. 미혼의 몸으로 산부인과를 이리 많이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머니도, 나도, 아무도 몰랐으리라. 창조주께선 아셨겠지만 말이다.
대략 4년 전,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복부를 강타하듯 강한 충격에 허리를 붙잡고 쓰러졌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줌 수업으로 학원 강의를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할 시점이었는데,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자리 잡고 누워 며칠을 힘없이 보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의 주기적인 검진은. 맹장만 떼어내면 무탈할 줄 알았으나, 맹장과 가장 큰 자궁근종 하나도 떼어냈으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지만,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들러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니... 아무튼 살기 위해서 병원에 다닌다. 작년에는 몇 해 전 겨드랑이 아래 난 낭종이 커져 수술했다. 마취가 안 될 만큼, 잠들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고생 좀 했다. 미련 곰탱이 같은 나란 인간. 극단적으로 아프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니 신께서도 죽을 만큼 아프게 때리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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