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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Feb 22. 2018

네 꿈에 내가 다녀간 건지

내 현실에 네가 다녀간 건지

그 날 새벽 나는 네 꿈속에 나의 육신으로 들어갔다.

꿈의 주인은 너였으나 꿈의 주제는 내가 그리던 것이었다.

너는 내가 네 덜미를 양손으로 훔쳐주길 요구했다.

황홀한 연출이 나의 현실에 너의 꿈으로 발현했을 때

나는 겁을 집어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로 꿈과 현실이라는 다른 세계에 속한 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오른발은 네 꿈속에 두고, 왼발은 현실의 선 밖에 걸쳐둔 채로

어느 한쪽을 결정하지 못하며 꾸물거렸다.

오른편으로 널 감싸 쥐었다가, 왼편으로는 널 밀어냈다.

꿈속의 너는 현실 속 나와 만나선 안 되는 다른 세계의 존재이므로 그랬다.

결국 내가 현실의 발에 무게를 더 싣고 나자 너는 서서히 현실로 말려 들어갔다.

줄곧 현실이었던 내가 오히려 꿈을 꾼 듯 먹먹했다.


그 날 저녁, 너는 완전히 현실로 돌아왔고 나는 아직도 너의 꿈속을 헤맸다.

나는 네가 새벽의 꿈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길 바랐다.

옅은 여운이라도 남아 있어 달란 기도를 가슴 깊이 감춰두었다.

그러나 너에게 그 시간은 완전히 지워졌다.

그 시간의 너는 네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차원의 두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해야만 하는 나의 가슴은 미어졌다.

단단히 조여진 흉부는 겨우 담배 한두 개비로 풀어질 수 없었다.

너는 결코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지 않을 꿈꾸기 이전의 너 그 자체였다.

너는 너무도 견고한 현실로 돌아와 나의 기대가 파고들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 꿈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나는, 네 앞에서 전보다 더 큰 미소를 지어야 했다.

그러면 네가 그 시간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기억해낼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너는 꿈과 현실을 너무도 완벽하게 넘나들었다.


너와 나란히 서서 사 들고 온 만두가 다 식어서 맛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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