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을 마시다 내 삶의 첫 데이트가 또렷이 떠올라 눈으로 소주를 쏟았다.
왜 갑자기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 건지 모를 일이다.
내 삶의 첫 데이트.
삼성동 코엑스.
여전히 쌀쌀한 날씨였나 보다.
너는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인 얇은 스웨터를 입었다.
포슬포슬한 스웨터.
네 어깨에 손을 얹고 나는 그 스웨터를 만졌다.
그래서 안다. 그 스웨터의 두께를.
스웨터를 만지는 일은 나에게 거대한 용기였다.
타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연약한 발돋움이었다.
손을 잡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손을 잡기까지 22일이 걸렸다는 걸 기억한다.
그날까지도 손을 잡지 못했던 것인지, 손을 잡고 코엑스를 거닐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존재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
네 눈에는 순수와 호기심이 뒤섞여 있다.
너에게도 나는 새로운 세계였던 거다.
우리는 나름대로 야릇한 눈빛을 품고 새로운 세계를 탐닉하며 밥을 먹었다.
나는 네 코에 집중했다.
너의 코는 네 눈의 예쁨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네 코를 사랑하려 무던히 나를 몰아붙였다.
사랑하려, 사랑하려고.
나는 나를 속이고 모른 체했다.
너는 눈이 예뻤고 코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나는 네 코를 사랑하려고 무던히도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