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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Aug 03. 2017

곁들이다

책을 읽던 중 ‘곁들이다’라는 말을 마주했다. ‘자장면에 단무지를 곁들여 먹었다’라는 문장으로 등장했다. 곁들인다는 단어가 문득 새로웠다. 곁들인다는 표현을 자장면과 단무지에 쓴 게 어색했다. 무엇을 무엇에 곁들여 먹으려면 셰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고오급 음식에나 그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인다든가 하는 그런. 이때 스테이크와 와인은 독립적이다. 스테이크는 스테이크고 와인은 여전히 와인이다.


자장면은 자고로 면과 소스를 가차 없이 쓱쓱 비벼야 하는 법. 단무지는 본래의 노오란 색깔에 지조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그는 면과 소스 사이에 끼어 ‘단무지’가 아니라 ‘자장 속 단무지’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자장면은 진정 우리의 자장면이 될 수 있다. 단무지는 자장면에 곁들여지는 게 아니라 ‘버무려’져야 한다. 면과 소스, 단무지는 더 이상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각각의 성분으로 분해돼 비로소 자장면의 일부가 된다.


곁들인다는 것과 버무린다는 것. 곁들여지는 것들은 개성을 인정받는다. 버무려지는 것들은 개성을 철저히 반납하고 전체의 일부로 편입한다. 곁들여져 맛을 내는 재료가 있고 버무려져 맛을 내는 재료가 있다.


우리도 그렇게 나뉜다. 전체에 곁들여져 사는 친구가 있고, 전체에 버무려져 사는 친구가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다. 나는 나만의 향을 주장하며 주류에 곁들여지는 존재가 될 것인가, 주류의 향을 이루는 하나의 성분이 될 것인가. 아직도 철 없는 나에게 자장면과 단무지는 꽤나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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