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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Jul 31. 2017

모기향과 오매할머니

여름이면 모기향을 피운다. 모기는 낮에도 있고 밤에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모기향은 밤에만 피운다. 모기향은 모기향만의 냄새가 있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그 냄새가 나에게만 익숙한 건 아닐 거다. 이 냄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이 냄새였을 게 분명하다. 모기향의 뱅글뱅글한 달팽이 모양도 그렇지만 특유의 냄새는 전혀 변한 게 없다. 색깔은 초록색도 있고 보라색, 갈색도 있는데 냄새는 모두 같다. 나는 그 냄새가 좋다.


모기향 냄새를 맡으면 유치원 다니던 시절의 외할머니 집이 떠오른다.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 말고 옛날 장수동 집이다. 인천에 있지만 정말로 시골 동네였다. 외할머니가 외할머니가 아니라 오매할머니였던 시절의 집이다. 나와 동생이 할머니 집에 갈 때면 할머니는 문 앞에 나와서 "오매! 우리 강아지들 왔어!" 했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오매할머니였다. 오매할머니는 너무도 오매할머니였기 때문에 언젠가 엄마의 엄마를 외할머니라고 부른다는 걸 배웠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


왜 모기향 냄새가 오매할머니네 장수동 집 냄새로 기억되는지는 정말로 모를 일이다. 모기향은 어릴 때 살던 도림동 대하빌라에서도 피우고, 학익동 할아버지네 신동아아파트에서도 피웠을 거다. 그 냄새는 다 똑같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모기향 냄새는 오매할머니네 집 냄새인 건가! 이런 기억의 연계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첫 모기향 냄새를 맡고서 동생은 바로 "아오! 장수동 냄새!" 했다. 나와 동생 모두에게 모기향 냄새는 오매할머니네 냄새였던 거다.


모기향의 순박한 냄새가 장수동 시골 풍경에 어울려서인가. 정확히 얼마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집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인가. 나와 동생이 그 집에 갈 때면 오매할머니는 우리 강아지들 모기물릴까 싶어 목이 매캐하도록 모기향을 몇 개씩이나 피워 놓았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오매할머니 냄새와 모기향의 푸근한 냄새를 헷갈리는 걸까.


아무래도 좋다. 어쨌든 여름이 돌아오고 모기가 귀를 괴롭힐 때면 나는 모기향을 태운다. 모기향은 여전한 그 냄새로 여름을 가득 채운다. 나는 여름에 파묻혀 오매할머니를 떠올린다. 오매할머니는 여름마다 모기향의 연기로 피어나고 나는 그 연기에 감싸 안겨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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