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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랑 Mar 28. 2024

미세먼지, 황사... 아이와 어디서 놀죠?

날씨에 영향 받지 않고 아이가 놀 수 있는 실내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외출할 때 날씨를 거의 확인하지 않았다. 창문을 보고 비가 오는지 정도만 확인했으니까. 그런데 아들이 태어난 이후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집안에서 놀기도 하지만, 아들이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거의 매일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했다. 밖에서 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날씨다. 그러므로 습관처럼 자기 전에 다음날 날씨를 확인하고, 일어나서 또 확인했다.


마치 회사에서 중요한 외부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담당자의 마음이랄까. '회장님' 의전하듯 아이를 키운다는 육아 선배들의 말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날씨에 좌우되는 육아 질


3월 17일 일요일, 우리나라에서 올해 첫 황사가 관측됐다. 3월 중순과는 다르게 기온이 높아지면서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온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공식이 올해도 들어맞는 모습을 보며 뭘 하고 놀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 고민은 약간의 우울감을 동반했는데, 이에 대한 관련 연구가 있을지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발표된 논문이 있었다. 주영선, 정익중(2020)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수록 어머니의 우울 수준이 증가하고, 이것이 부정적 양육태도(처벌, 방관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하는 안도감을 느꼈지만, 곧바로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괜히 찾아봤어!). 날이 좋으면 바깥에서 뛰어놀았고, 그 반대는 대부분 대형 마트나 복합 쇼핑몰, 백화점 등을 돌아 다녔다.


그럴 때는 우리처럼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부모는 다 같은 마음). 사실 위와 같은 장소에서 그냥 구경만 해도 누가 뭐라 하지도 않기 때문에 시간 보내기가 좋다. 그러나 그런 곳은 우리가 좋아하는 곳이지 어린 아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다 알아본 곳은 키즈카페다. 실내에서 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층간 소음으로 인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부모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천국 같은 곳. 와이프와 나는 아들이 자연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키즈카페를 이용하지 않았는데, 불가피한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요새 키즈카페 시설이 왠만한 놀이동산과 같아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때가 많다. 특히 실내 쇼핑몰에 키즈카페는 투명 유리창으로 돼 있어서 안에 어떤 재밌는 시설이 있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지 훤히 보인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저기 가서 아들을 풀어놓으면(?), 그때만큼은 나도 쉬겠지?' 하는 속마음이 올라오는데, 다행히 나를 잠재워주는 것이 있다. 바로 가격.


비싸도 너무 비싸


클립아트코리아


키즈카페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의 입장권이 가장 비싸다. 그리고 부모의 입장 가격은 키즈카페 별로 다른데, 어디는 음료를 마시면 공짜이거나 아니면 똑같이 비싸다. 음료를 마시면 공짜인 곳은 사실 놀이 시설이 그렇게 좋지는 않고(세상은 자본주의!), 똑같이 비싼 가격을 받는 곳이 놀거리가 많다.


어떨 때는 아들을 위해서 꾹 참고 키즈카페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매번 그러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1시간에 아이와 부모 둘까지 다 합치면 족히 3만~4만 원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놀이기구도 다양해서 여러가지 체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 비싸다.


그러다 최근 서울형 키즈카페를 알게 됐다. 서울시 자체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는 것으로 시설도 민간 키즈카페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2시간에 2000원 수준이다. 향후 시설의 수도 늘린다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부러웠다. 물론 이용시간이나 횟수 등의 제한이 있고 예약이 쉽지 않다는 아쉬운 반응들도 있으나 지자체에서 이런 시설 확충을 신경써준다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도 아이사랑꿈터가 지역별로 잘 조성이 돼 있고, 가격도 천원 수준이어서 잘 이용 중이긴 하다. 그러나 자치구에 따라 시설 안에 놀이기구나 장난감 등이 차이가 있어 좋다고 소문난 쪽으로 몰리고 있다. 이를 평준화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단 하나의 저출생 해법은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해법을 위한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서 눈길이 가는 건 없었다. 마치 요술 지팡이처럼 '짜잔~' 하고 저출생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 2030대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거에 앞서 결혼 자체를 고민하고 있고, 더 나아가 연애조차 꺼리고 있다.


1942년 영국에서 나온 베버리지 보고서는 당시 서구 전역에 퍼져 있던 자유방임주의로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장 정책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베버리지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으나 이 보고서가 유용하다고 많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내건 구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


이 슬로건은 사회복지 관련 정책에 기본 뼈대가 되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각인이 되었는데, 나는 출생률을 높여야 하는 지금 시점에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원할테니 아이를 낳아'라는 정책을 넘어서 낳으면 죽을 때까지 지원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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