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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랑 Mar 19. 2024

폐지수집노인은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노동의 관점을 바꿔야 보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폐지수집노인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낼 때, 가장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이들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이하 노인일자리)'에 연계하려는 생각이다. 

먼저 노인일자리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노인일자리는 말그대로 정부가 노인(65세 이상 / 일부 유형은 60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들을 위해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일자리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첫째, 공익형(학교급식, 학교 앞 교통정리 등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으로 하루 3시간, 월 10회를 활동하면 월 29만원을 받는다.

두 번째로는 시장형사업단이다. 이는 어르신들이 직접 수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많은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사회복지시설(복지관, 시니어클럽 등)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쿠키를 만들거나 커피, 만두 등 관련 매장을 차려 어르신들이 그곳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물론 수익이 없으면 그만큼 어르신들이 활동비를 보전받지 못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세 번째로는 사회서비스형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학력이 높거나 관련 자격증 등이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한다. 그 외에도 취업알선형, 고령자친화기업, 시니어인턴십 등이 있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소개. 보건복지부 제공


몇 년 전, 나는 복지관에서 공익형사업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다.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해 1월~2월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을 모집하는 시기이다. 모집 후 적합자를 찾기 위해 면접도 본다. 면접을 보는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하시는 분들은 모두 신청을 할 수 있다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도 신청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간단하게 대면을 해서라도 봐야 한다. 건강한 어르신들도 일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 제공 기관(주로 복지관, 시니어클럽)은 도움이 필요한 기관(수요처)을 모집한다. 학교 같은 경우는 급식도우미,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돕는 교통 도우미 등이 있다. 이외에도 꽤 많은 일이 있고, 그만큼 수요처도 다양하다. 즉 일은 수요처에서 원하는 요일과 시간, 횟수만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어느 정도의 '자유'는 포기하고 일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활동가로 현장에서 일을 하며 또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폐지수집노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수집한 것을 매번 같은 고물상에 갖다 파는 게 아니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그날의 폐지 가격을 파악한다. 고물상마다 시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무거운 리어카를 여기저기 끌고 다닌다. "10원이라도 더 비싸게 쳐주는 곳"으로 가야 "몇 백원이라도 더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집한 물건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우유팩이나 종이컵 등은 행정복지센터에, 플라스틱 계열은 또 다른 업체에 갖다 판다. 조금이라도 더 이득이 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빈곤도 심각하지만, 이들의 심리정서적 문제도 심각하다. 가장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23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우울 증상을 보유한 비율은 39.4%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보다 약 3배가 많은 수치다. 내가 만나본 폐지수집노인들도 우울감을 호소했다. 자신이 현재 처한 환경에 대한 자책, 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체념, "이렇게 궁상 떠느니 빨리 죽었으면"하는 포기. 이들에게 공식적인 일자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냐고 여러 번 물어보고 권유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들을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게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시스템에 '잡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폐지수집노인이 전국에 몇 명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추정하고 있다. 즉 어떻게 보면 이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심리정서적인 이유로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거나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폐지수집노인에게 지원하는 정책은 밤에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형광 조끼 제공, 폭염/한파 때 관련 물품 지원 등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오히려 폐지수집을 계속 하게끔 독려하는 지원이다(현장에서 근무할 때 내가 이런 물품을 드리자, 한 어르신은 덥고 추운 날에도 밤늦게까지 하라는 걸 장려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노인일자리에 연계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긴 했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실태조사(2023년 서울시 폐지수집 어르신 실태조사)를 통해 노인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기존 지원을 그저 답습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들은 노인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참여할 의사가 거의 없다. 앞서 인용한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서도 향후에도 폐지수집을 계속 하겠다는 비율이 88%로 나타나기도 했다. 왜냐하면 현재 상태에서 다른 일을 구하는 것도 곤란(38.9%)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활동(16.1%)이 좋기도 해서이다. 내가 만난 어르신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렇다고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공익형과 연계하려는 생각인데, 서두에 밝혔지만 여기에 참여하면 월 29만원이다. 물론 다른 유형에 참여를 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렇게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지원 정책으로는 폐지 가격 현실화이다. 폐지수집노인은 자신이 하는 일을 계속 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많으므로 이들이 일하는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어쩌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2018년부터 중국의 폐지 수입 금지로 인해 kg당 폐지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하락했다. 

어쨌든 이들은 폐지수집활동을 계속 할 것이다. 이는 하루 종일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의 문제다. 폐지와 고철 등을 실어 100kg가 넘는 리어카를 하루에도 3~4번을 고물상에 갖다 파는 힘든 육체 노동이다. 일반 직장인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엄청 적은 보상을 한다면 세상은 뒤집어질 것이다. 

즉 폐지수집을 하나의 '노동'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복지가 필요하다는 하나의 거대한 커튼(Curtain)과 같은 '시혜적' 관점을 걷어내야 이들이 하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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