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May 17. 2022

너무 놀면 생기는 일

명색이 박사과정 학생인데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양심의 가책도 없이 신나게 놀았다.

결혼식이라는 핑계로 아주 긴 휴가를 스스로에게 준 셈인데 너무 놀면 소 된다는 우리 옛말처럼 난 소가 된 것만 같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소들처럼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쉬고, 걸어 다니기에도 바쁜 일상이었다. 백수도 정말 바쁘다는 남편의 말처럼 공부도 안 하는데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동안 신나게 쉬고 나면 이젠  공부하고자  의지가 생길  알았는데 무너진 일상의 패턴을 회복하려니 너무 어렵다. 같은 학교, 같은 장학금을 받는  친구 S 같은 경우에는 실험실에서 하루 8시간을 보내고 (비록 계약서에는 4시간이라고 적혀있지만) 수업을 들어서 학점도 채우고, 마지막엔 논문까지 완성해야 졸업이 가능하지만  논문만 완성하면 졸업을   있다. 논문을 써야 하니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여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악덕한 친구의 교수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그럼 200% 노력하라는 말만 했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하루를 낭비하기 십상이다.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겼는데 결혼식을 통해 내가 아주 무계획적인 사람이라는  깨닫고  후에는 나의 학위 계획에서의 허점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도대체 시간계획은 제대로 짜고 있는 건지, 그리고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벌써  학기 늦어진  같다..)


아무튼 이렇게 너무 오래 놀다 보면 안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로, 지도 교수님을 피하게 된다. 평소 같으면 한국에서 독일로 돌아오자마자 교수님께 연락을 해서 만났을 텐데 아직 제대로 된 이메일도 쓰지 못했다. 왜냐면 두 달 동안 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그동안의 빵꾸를 메우느라 하루 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있다.

두 번째는, 하루 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내가 무슨 공부를 했었는지도 잊었는지 컴퓨터 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집중력도 아주 아주 낮아졌는지 계속 딴짓이 재미있다. 그리고 논문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인풋이 없어서 아웃풋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쓸 말이 없다는 건 정말 멍청한 기분이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그동안 놓쳤던 일과를 하나씩 되돌려보려 일기도, 일정표도, 브런치도 다시 쓰기로 했다. 꾸준히 뭐라도 쓰다 보면 내 논문에서도 조금 더 유연하게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천재가 되기보다는 꾸준함으로 내가 깨달을 수 없는 순간순간에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겐 더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일상을 놓지 않고 다시금 경보를 해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