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 경비, 숙소, 렌트
2022년 여름.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 터널의 끝자락을 지나며 유럽은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로 들썩이고 있었다.
그 전해부터 친구들과 약속했던 스페인 여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의 스페인은 최고다.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힘든 시간이겠지만 뜨거운 태양과 얇은 옷을 좋아한다면 스페인이 딱이다. 다 좋지만 그중 최선을 고르기 위해 친구들과 고민하다 바다 수영을 위해 마요르카를 골랐다. 직장인 친구 두 명, 이번에 퇴사한 친구 한 명이 있는 만큼 완전한 '휴식'이 우리의 테마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 목표는 뭐니 뭐니 해도 수영이었다. 그해 여름 스페인에서 수영하기 위해 봄학기 내내 수영수업을 들었다. 마요르카에서 지내는 6일 내내 수영을 할 거라고 다짐했다.
마요르카는 유럽인들에겐 아주 익숙한 휴양지이다. 많은 독일인과 영국인들이 가는 만큼 거리에서 영어와 독일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들 가봤다는 마요르카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다들 간다면 이유가 있겠지!
남편은 기억에 남을 마요르카 여행을 위해 가이드를 자청했다. 마요르카 바로 전에 다녀온 포르투갈 여행에서 너무 끌려다니기만 해서인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렇게 계획표를 짰고 우린 대부분 남편이 짠 계획에 따라다닐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아래의 지도는 우리가 다녀온 장소들. 24일에 계획한 북쪽 끝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이미 언급했다시피 수영이 첫 번째였지만 두 번째는 맛있는 음식 먹기, 세 번째는 저렴한 경비로 다녀오기였다. 다섯 명의 여행자 중에 2명만 직장인이었으니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돈이 많을 리도 없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저렴한 여행은 중요했고 다행히 마요르카는 비싼 휴양지는 아니었다. 더구나 우린 다섯 명이니 돈을 나눠낼 수도 있었다. 지나 보니 다섯 명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숫자인 것 같다. 렌터카는 빌려도 차에 탈 수 있는 최대인원이 보통 다섯이고 다섯 명까지는 한 방에 지낼 수 있는 호텔이 꽤 있다. 나눠낼 때는 머릿수가 많은 게 유리하다.
호텔은 미리 예약할수록 저렴한 것 같고 렌터카는 여행 한 달 전이 저렴한 것 같다. 난 어디를 예약하든지 무조건 취소 가능한 옵션으로 선택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 저렴하거나 더 좋은 상품이 나왔을 때 쉽게 바꿀 수 있다. 비행기 티켓은 각자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는 만큼 따로 끊기로 했고 렌터카와 숙박은 내가 알아보았다. 다섯 명이 같이 숙박을 하려면 에어비엔비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 유럽에서도 수수료나 여러 규정 때문에 에어비엔비보다 Booking.com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때의 난 거기까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낸 마요르카 5박 6일 중 3박은 저렴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빌렸고 나머지 이틀은 산속의 멋진 호텔을 잡았다. 한 사람당 5박에 20만 원 정도를 낸 것 같다. 처음 빌린 숙소는 기대치도 높지 않았지만 우리가 낸 가격만큼의 퀄리티였다. 집을 빌린 거라 장소는 컸지만 개미도 나오고 가족사진도 너무 많아서 어딘가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한 사람당 1박에 3만 원 정도 낸 숙소니 이해했다. 숙소가 지저분하고 벌레가 많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우린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 해 먹었다. 스페인 슈퍼에서 파는 야채와 과일은 독일보다 저렴하고 맛있으니 최대한 많이 먹고 돌아가야지.
저녁엔 수영에서 돌아와 친구들끼리 오손도손 모여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J가 가져온 마이크로 노래도 부르고 5일 밤 내내 밤이 가는 걸 아쉬워하며 그동안 코로나동안 못 본 얼굴을 실컷 봤다.
물론 식당에서 식사도 했다. 스페인 요리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신선한 해산물은 비싼 돈을 내도 한 번쯤 먹을 가치가 있었다. 해산물 천국인 스페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사 먹는 음식도, 마켓에서 먹는 음식도, 집에서 해 먹는 것도 다 좋다.
5박 6일의 여행일정 중에 3일은 저렴하고 조금은 불편한 숙소에서 생활했다면 마지막 이틀은 마음껏 쉴 수 있는 호텔을 골랐다. 스페인에는 산등성이에 있는 호텔 중에 럭셔리한 곳이 꽤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방문한 호텔도 호텔 내에서만 지내도 충분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매점이나 편의시설은 없었지만 우린 수영장과 멋진 뷰만 있으면 그걸로 됐다. 조식도 훌륭했다. 수영장도 지금까지 다녀본 호텔 중에 최고의 풀이었다. 아쉽게도 강아지는 출입금지였지만 가족 단위나 친구들끼리 간다면 정말 좋은 호텔이었다. 아, 그리고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려운 장소인만큼 개인 차는 필수다. 하이킹을 좋아한다면 호텔에만 머물지 않고 산도 탈 수 있다.
코로나가 끝날 때즈음 다녀온 여행이니 벌써 2년이나 지났다. 그때도 힘들었던 때가 있고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은 흐려지고 이젠 즐거웠던 기억만 난다. 이번 여름도 스페인으로 다녀오고 싶어서 그동안 좋았던 숙소를 알아보는데 더 이상 그때의 가격으로는 다녀올 수도 없다. 여름의 스페인은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목적지라 저렴하지 않다. 특히 비행기가 비싸서 지금 예약도 못하고 여름휴가를 9월로 미뤄둘까 생각 중이다. 여름휴가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휴가를 포기할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마요르카 여행 사진을 보면서 다시금 의지를 다져본다. 열심히 공부해서 즐겁게 다녀와야지. 2년 전만큼 저렴하게 다녀오긴 어렵겠지만 짧고 굵게 다녀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