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밤의 풍경에 대해서
부다페스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러 헝가리에 갔기 때문에 헝가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친구를 만나는 게 목적이었다. 가지고 간 돈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형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하루 지내길 잘했다. 볼 게 없었기 때문도, 도시가 별로 여서도 아니다.
오히려 부다페스트에 있는 시간은 너무 아름다웠고 날씨도 사랑스러웠다. 나중에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도시였기 때문에 조금은 아껴두길 잘했다 싶었다. 부다페스트는 사랑이 샘솟는 도시였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기에는 조금 외로운 도시였나보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세체니 다리로 모여든다. 어둑 해질 즈음 슬슬 걷기 시작했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세체니 다리는 정말 사진보다 몇 십배는 아름다웠다. 그다지 붐비지도 않았다. 야경은 혼자 있어도 아름다웠고, 누군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내가 지낸 숙소는 Liberty Bridge 근처였다. 엄청난 도시의 중심가였다. 하루만 묵었기 때문에 길을 찾아 헤매는 고생을 따로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비싸도 중심부에 있는 숙소에 지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 되었다. 부다페스트의 밤은 너무 아름다웠고, 숙소는 혼자도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체니 다리에서 조용히 걸어오면 3-40분 정도 걸렸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마음껏 부다페스트의 밤을 즐겼다. 이렇게 생긴 트램을 탈 수도 있었지만 더 천천히 밤의 풍경을 바라보는 편을 선택했다. 부다페스트의 밤은 파리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뭐, 각자의 취향이겠지만. 내 취향은 이쪽이었다.
헝가리 여행이 내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은 다른 이유가 또 있다. 그건 결과적으로 헝가리에서 공짜여행을 했기 때문일 거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아침 비행기를 타러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가서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탔는데 비행기 결함으로 출발하지 못한다며 모든 승객이 다시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공지된 출발 시간은 원래 시간보다 4시간 30분이 지연되었다. 라이언 에어는 따로 부스가 없었고, 안내된 서비스 부스로 찾아가니 점심값이 포함된 쿠폰과 보상 안내 서류를 전달해 주었다. 유럽 내에서 비행기로 여행한다면, 그리고 유럽 항공 Union(?) 같은 곳의 규정에 따르면 3시간 이상 항공사의 실수로 인해 비행기 여행이 지연된다면 250유로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7만 원짜리 비행기표로 28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게 된 셈이었다. 만약 나처럼 부다페스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항공편이 아닌 좀 더 긴 여행이라면 더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안내서를 받아 들고 집에 도착한 나는 그 날로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상금을 신청했다. 뭐, 너희가 안내한 대로, 그리고 그 규정에 따르면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너희 실수로 지연되었으니 보상해달라. 이렇게 이메일을 써서 보냈더니 이 주일이 되지 않아 내게 보상금을 보내주겠다고 연락해왔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헝가리는 내게 행운의 여행이 되었다.